일본 중앙은행 기준금리 동결 전망미국 빅스텝 예고에도 양적완화 계속경쟁업종 수출 딜레마… 한은 금리정책에 또다른 변수
  • ▲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양적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만은 양적완화를 이어가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8월 이후 4차례에 걸쳐 1%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같은 선제적 금리인상이 자칫 일본과의 성장 경쟁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일본 중앙은행은 오는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일본은 2016년 이후 정책금리를 -0.1%에서 계속 동결 중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은 코로나 경기침체로부터의 회복이 미국에 비해 더디다"며 "현재의 강력한 금융완화를 끈기 있게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신규발행 10년물 국채를 0.25% 금리로 무제한 매입하는 지정가격 오퍼레이션을 2달 연속 단행하는 등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들썩이는 금리를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누르는 것이다. 덕분에 엔화 가치는 폭락해 지난달 28일 100엔당 1000원 선이 무너진 이후 이달 19일에는 960원 선으로 밀려났다.

    미 연준의 빅스텝 예고에도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에 고개를 젓는데는 성장과 물가에 대한 자신감이 내포돼 있다.

    IMF의 세계 전망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한국(2.5%)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물가 상승 전망치는 1%로 한국(4%)에 비해 크게 낮다. IMF는 지난해 10월 올해 물가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은 1.6%로 예상했는데 불과 6개월만에 2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

    2018년 3월 이후 4년간 국내 소비자물가는 7.4% 오른 반면, 일본은 1.9% 오른데 그쳤다.
  • ▲ 엔화ⓒ연합뉴스
    ▲ 엔화ⓒ연합뉴스
    거침없는 물가상승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성장률 후퇴는 딜레마로 돌아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긴축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성장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살펴보면서 정책 결정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고수는 수출 경쟁국인 한국 기업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 엔화 약세가 계속될수록 한국산 제품의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저 현상이 극심했던 올해 1분기 미국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도요다가 현지 빅3(GM·포드·스텔란티스)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도요다는 지난해 90년만에 처음 GM을 제쳤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실질실효환율은 102.06으로 4년 전인 2018년 3월 대비 9.3% 떨어진데 비해 일본은 75.44에서 65.1로 13.7% 떨어져 하락폭이 더 컸다.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해당 국가의 수출품 환율 경쟁력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석유화학·철강·기계·자동차 등 일본과 우리 산업 경합도가 높은 분야가 많다"며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업종별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등 수출경쟁력이 점점 약화되는 가운데 지나친 금리인상은 성장 후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