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년1개월 만에 최고치외국인 3거래일째 '팔자'…올들어 12조5천억 순매도외인 투심 전환, 환율 안정·기업 분기 호실적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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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속도가 가파르다. 인플레이션 압박과 가파른 금리 인상,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연고점을 찍은 탓이다. 증권가에선 달러화 강세에 우호적인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외국인 투자심리가 전환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76%(47.58포인트) 하락한 2657.13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달 15일(2621.53) 이후 한 달여 만에 최저치로, 낙폭 역시 지난달 7일(-2.29%) 이래 가장 크다. 

    증시가 급락한 건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연준 위원들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할 뜻을 거듭 밝힌 영향이다. 이는 6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우려로까지 번지고 있다.

    연준의 빅스텝에 더해 중국 위안화 약세에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8원 오른 1249.9원에 마감했다. 

    장 중에는 1250.1원까지 올라 장 중 연고점을 2거래일 연속 갈아치웠다. 환율이 125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0년 3월 24일(1265.0원)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은 이날 환율 안정을 위해 구두개입 메시지를 내며 방어에 나섰지만 영향은 미미했다.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도 지속 상승하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가장 뼈 아픈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가파른 이탈이다. 3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인 외국인이 이날 하루에 720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두 번째로 높고, 올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2조5050억원을 팔아치웠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22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와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계획 발표에 미국 증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이 영향이 한국과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압박을 확대했다. 원화 약세폭 확대 속 외국인 매물 출회도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에 우호적인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원화의 약세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올라 상반기 중 1280선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셀코리아'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신승연 우리은행 연구원은 "파월 미 연준 의장의 5월 빅스텝 가능성 언급으로 인한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회피로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 우려가 재점화 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국면이다 보니 원·달러 환율도 쉽게 내려오기보다는 계속해서 상방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달러당 1300원선 위로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달러당 1280원선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과거에 비춰볼 때 외국인 투심의 추세 전환은 원·달러 환율 안정, 국내 기업의 분기 호실적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비중이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던 시기는 2009년 4월, 2016년 1월로, 원화 약세로 인한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실적 개선 기대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4월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1570원까지 급등했다가 하향 안정됨에도 1200원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점차 1230~1310원의 박스권에서 안정됐고, 가파른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약세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실적 개선 기대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이에 외국인 지분율은 2009년 7월 30%대를 회복했고, 박스권에서 횡보하던 코스피가 상단을 돌파하는 데 기여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9년과 2016년을 보면 '낮은 환율 변동성'과 '이익 전망 회복'의 조합이 이뤄져야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할 수 있었다"며 "현재 금융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이하로 내려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현 1240원 수준에서 박스권 횡보만 해도 추가적인 환 변동성은 제한돼 외국인들의 매수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