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의회 2년6개월만에 부활금리인상 배경 한은총재가 직접 브리핑적극적 소통행보, 직설화법 눈길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협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협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중 은행과 적극적인 소통창구를 마련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란 지적을 받아온 통화당국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이 총재는 30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열었다. 협의회에는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NH농협·수출입·한국시티·SC제일·SH수협 등 10개 은행장이 참석했다.

    이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 결정의 배경과 논의된 주요 이슈에 대해 직접 브리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총재와 은행장들이 참석하는 금융협의회는 분기 또는 반기마다 조찬 간담회 형식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019년 11월 이후 중단됐다. 이날 회의로 2년 6개월 만에 회의체가 부활했다는데도 의미가 있지만, 소통 방식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과거 협의회에는 한은 총재와 참석자들이 자연스럽게 조찬을 함께 하며 관계구축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날 회의는 이 총재를 중심으로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 총재가 직접 은행장들을 상대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대내외 금융·경제 현안을 논의함으로써 통화정책에 대한 상호간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교수 출신인 이 총재는 대외 발언을 아꼈던 과거 총재들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초 환율 상승과 빅스텝 가능성을 과감없이 뱉으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데이터 기반 대응을 강조한 특유의 소신은 꺾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평생을 한은에 몸담았던 이주열 전 총재가 여지를 남기는 듯한 화법을 자주 구사한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이날 협의회에서도 이 총재가 직접 통화정책 결정 배경을 은행권에 브리핑하고 싶다는 의사를 뚜렷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 대상 범위도 시중 은행장들 이외에 은행연합회장까지 넓어진 것도 특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주열 전 총재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사전 조율을 거친 발언만 하는 편이었는데 이 총재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앞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한은이 내부 역량은 많은데 외부 소통이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며 "외부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서 그 부분을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당국 수장이라는 위치를 고려할 때 직설적인 화법을 다소 정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쉬운 영어'로 시장과의 소통 효과를 높이는 전략으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런 스탠스가 물가 폭등이란 악재를 만났을 때 발언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부작용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이 총재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