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업종 대비 관세 리스크↓ … 장 초반 주가 선방“LNG선·초대형 컨테이너선·유조선 한국 외 대안 없어”미 정부, 중국산 선박 규제 강화 … 반사이익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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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중공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대상 10%의 보편관세에 국가별 차별화된 상호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무풍지대’로 꼽히는 국내 조선 관련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은 상호관세 조치에 따른 리스크가 타 업종 대비 적은 데다 미 정부의 중국 조선업 규제, 미 해군과의 협력, 수출 호조 등 호재성 재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10분 기준 HJ중공업은 전장(6170원)보다 2.76% 오른 634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조선주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도 각각 0.29%, 0.17% 상승 중인 반면 HD현대미포(-0.61%), 삼성중공업(-0.79%), HD한국조선해양(-1.21%) 등은 내림세다.앞서 국내 조선주들은 상호관세 발표 이전부터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며 줄강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힌 영향이다.실제 주요 조선주들이 포함된 ‘KRX 기계장비’ 지수는 종가 기준 지난해 말 733.90에서 지난 2월 19일 911.96(24.62%)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 기간 한화오션은 109.37%나 폭등했고 ▲삼성중공업(30.35%) ▲HJ중공업(20.74%) ▲HD현대중공업(20.70%) ▲HD한국조선해양(4.82%) ▲HMM(3.62%)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HD현대미포 홀로 13.19% 하락했다.지난달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는 과매수 양상을 보이면서 이번 주부터 조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주요 조선주들의 대차잔고 주수·금액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지난 2월 말부터 전날까지 대차 거래잔고 수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조선주는 HJ중공업으로 무려 1791.41%(4만2321주→80만464주)나 급증했다. 이 밖에 ▲HD현대중공업(254.49%) ▲HD현대미포(122.63%) ▲한화오션(108.97%) ▲삼성중공업(35.74%) ▲HMM(14.69%) 등도 눈에 띄게 늘었다.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이들 종목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HD현대 미포는 이번 주 3거래일 동안 13.43% 상승했고 ▲HMM(4.47%) ▲HD현대중공업(3.93%) ▲한화오션(3.88%) ▲HD한국조선해양(2.49%) ▲삼성중공업(0.36%) ▲HJ중공업(0.33%) 등도 일제히 올랐다.이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2일(현지 시각) 발표한 관세 정책의 무풍지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 정부는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상선의 경우 국제적으로 무관세 품목일 뿐 아니라 미국 조선사들과 경쟁 관계에 있지도 않아 관세부과에 따른 미국의 실익도 없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글로벌 신조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유조선 등은 한국 외의 다른 대안도 없다”며 조선 부문은 관세 관련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먼저 한국 조선업계와 미 해군 간의 협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해군력·군사력 소위원회가 개최한 미 조선업 관련 청문회에서 브렛 사이들 미 해군 연구·개발·획득 담당 차관보 대행과 셸비 오클리 미 회계감사원(GAO) 조달 담당 국장, 로널드 오로크 미국 의회조사국(CRS) 수석 해군 분석가는 미국 조선업은 함정 생산 속도와 비용 문제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인력 부족과 공급망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결론지었다.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진도 지난 11일 발간한 ‘선박 전쟁(Ship Wars)’보고서를 통해 중국 조선업을 제재하고 한국과 일본이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도록 장려하는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한국 조선업의 전략적 중요성 ▲미국 조선업의 문제·협력 필요성 ▲한국 조선소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반스-톨레프슨 수정법 완화 및 중국의 견제 등이 포함됐다.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에서도 중국 해군력 견제를 위해 현실적으로 한국과 일본 조선업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정부 간의 전략적 조율과 투자 유인책, 걸림돌이 되는 정치·법적 제약 완화·제거가 우선순위라는 것을 인지하는 중”이라며 “미 함정 사업에 있어 7함대와 MSC를 포함한 군사적 기밀성이 낮은 급의 함정과 필요 모듈은 한국 조선소 야드에 발주하고 상위 클래스의 전투함은 한국 조선소의 미국 조선소 투자·인수를 통해 해당 조선소에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또한 미국은 중국산 선박에 대한 수백만달러의 수수료 부과 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미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은 최근 중국 조선소와 액화천연가스 벙커링선(LNGBV) 2척을 발주했다가 보류했다.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의 대중국 항만 수수료 부과 계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의 방침에 따라 중국에 선박 건조를 맡기는 방식을 포기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USTR은 지난 2월 21일 공고문을 통해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 장악력을 고려해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과 관련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추진안에는 중국 선사의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 또는 선박의 용적물에 톤(t)당 최대 10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지난 3월 선박 품목이 호수출을 기록한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선박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1.6% 증가한 3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2월(37억달러) 이후 15개월 만의 최대 실적이다.다만, 일각에서는 호재만 집중하기에는 본업의 업황 지표들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조선주 주가는 현실화에 시간이 필요한 기대들로 올랐으나 발주량·선가·수주 점유율 등 실제 지표로 보이는 현재 시황은 녹록지 않다”며 “보다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