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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용산공원 시범개방…이국적 플라타너스길 압권-오염논란은 여전

정원 딸린 단독주택 등 이국적 분위기 연출대통령 집무실 한눈에…쉼터로서 합격점 독성물질 우려 확산…조감조치 효과 의문

입력 2022-06-09 11:00 | 수정 2022-06-09 11:09

▲ 용산공원 내에 위치한 장군숙소(위쪽)와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 본 대통령 집무실ⓒ박정환 기자

주한미군 기지로 사용됐던 용산공원이 오는 10일 우여곡절 끝에 모습을 드러낸다.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간 시범 개방하는 부지는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장군숙소와 대통령 집무실 남측 구역을 지나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의 공간이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5일부터 13일간 공원을 시범 개방키로 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하루 만에 편의시설 부족을 이유로 잠정 연기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부지 내 토양과 지하수 오염에 따른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각에선 예정됐던 시범개방을 미룬 것도 오염물질에 따른 유해성 논란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 인근 지역주민들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오염 독성물질의 완전한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며 공원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일 시범 개방을 앞두고 직접 찾은 용산공원은 세간의 떠들썩한 여론이 무색하게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된 사전답사는 신용산역 인근의 장군숙소에서 시작됐다. 장군숙소는 방문객이 '게이트14'로 불리는 신용산역 출입구를 통해 들어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다. 국내에선 보기 어려운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과 산책로 양쪽으로 쭉 늘어선 플라타너스나무(버즘나무)가 이국적이고 특색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2020년 7월에 먼저 개방한 주한미군 장교 숙소 5단지(서울 용산구 서빙고역 인근)와의 차이점은 주거 형태였다. 장교숙소가 2~3층의 연립주택이라면 이번에 개방하는 장군숙소는 단독주택으로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뽐냈다.

공원 입구인 신용산역 출입구는 미군기지의 게이트14로 불렸다. 이전에는 지나갈 수 없는 닫힌 문이었지만 용산공원 조성 이후에는 대통령실과 가장 가까운 출입구가 된다. 

이날 해설을 맡은 김형기 해설사는 "게이트14는 기지 내 병원에서 나온 구급차의 주요 통로로 사용돼 '호스피털(hospital) 게이트'로도 불렸다"며 "시범개방 기간 방문객센터로 사용될 건물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의 벙커로 활용됐고 해방 후엔 7사단, 한국전쟁 기간엔 국방부의 거점으로 사용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출입문인 게이트13은 용산기지 남쪽 입구(이촌역 주변)로,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로 잘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반포대교를 건넌 뒤 게이트13을 통해 미군 기지를 가로 질러 국방부 청사였던 집무실로 향한다.

장군 숙소를 지나 플라타너스나무가 늘어선 산책길을 걸어가다 보니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 대통령 집무실 남측 구역에 이르렀다. 이곳은 공원 내에서 대통령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부지엔 전망대인 '바라봄'이 위치해 있다. 전망대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니 용산공원과 대통령실의 전경이 한 눈에 보였다. 

전망대 앞쪽엔 공원 입장 시 제공하는 바람개비들을 설치한 바람정원이 조성됐으며, 전망대 뒤편으로는 4개의 야구장이 들어서 있었다. 또 시범개방 기간엔 식음료 코너가 있는 휴게공간인 '카페거리'도 운영된다.

이 구역은 대통령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데다 높은 건물이 없는 탁 트인 공간인 만큼 공원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념사진 촬영 장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남측구역에서는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온 대통령실의 앞뜰을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통령실 투어 참가자는 15분마다 40명까지 선착순으로 현장에서 결정할 예정으로, 집무실 앞뜰에 전시된 헬기와 특수차량 등 대통령 경호 장비 등을 볼 수 있다"며 "대통령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방문객들의 관심과 참여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남측구역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미군들이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던 공간인 스포츠필드가 나왔다. 이번 현장 방문에선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지만 시범개방 이후 푸드트럭, 간이의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있는 쉼터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에 직접 둘러본 용산공원은 서울 시민의 '쉼터'로서는 합격점을 줄만 했다. 아직 시범개방 단계에 불과해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향후 모든 반환 절차와 생태공원 개발이 완료되면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 속 허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규모도 상당하다.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모든 반환 조치가 마무리될 경우 용산공원의 규모는 약 300만㎡로 센트럴파크의 70%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우선 과제는 독성물질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원 인근의 학교 부지에서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최고 34.8배, 비소가 기준치의 39.9배 초과 검출됐다. 또 이번에 개방 예정인 장군숙소 구역의 경우 유류 오염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29배 초과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현장을 직접 찾은 기자도 독성물질에 대한 걱정 때문에 답사 내내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일부에선 방호복을 입고 취재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반응도 나왔다. 기자들의 질문도 방문객들의 안전과 독성물질에 대한 대응책에 집중됐다.  

정부와 국토부는 지속적인 실태조사 용역과 오염물질 접촉을 막기 위한 위해성 저감조치를 병행 중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국토부 도시정책관)은 "토양이 직접적으로 인체에 닿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스팔트를 깔고, 인조잔디를 덮는 방식으로 저감조치를 실시하고 있다"며 "관람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한 것은 공원 내 혼잡도 등을 고려한 조치로, 체류 시간과 인체 유해성 간 연관 관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오염된 토양을 잔디나 아스팔트 등으로 덮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로는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흙을 입에 넣거나, 피부에 문지르는 일이 빈번해 독성물질 노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번 시범 개방은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한다. 1일 5회로 나눠 1회에 500명씩 2시간 간격으로 관람객을 받을 계획이다. 첫 입장은 10일 오전 11시, 마지막 입장은 19일 오후 1시(오후 3시 퇴장)로 정했다. 공원에 들어온 방문객은 2시간 동안 공원을 돌아볼 수 있다. 
박정환 기자 pjh85@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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