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금산분리 원칙 완화 검토KB국민은행 비롯 금융사 알뜰폰 시장 진출 초읽기대기업 자본 공세 출혈 마케팅 예상... "제도적 보완 선행돼야"
  • ▲ 알뜰폰 스퀘어 ⓒ뉴데일리
    ▲ 알뜰폰 스퀘어 ⓒ뉴데일리
    금융당국이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 분리) 완화' 의지를 내비치면서 알뜰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의 타 산업 진출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사는 물론 금융사까지 알뜰폰 시장 진출의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은행사 중 처음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기존 LTE 요금제보다 30~40%가량 저렴한 2만 2000원 수준의 'KB리브엠'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출범 2년 만에 약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업계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며 시장에 안착했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리브엠 성공이 이통사들이 독식하던 알뜰폰 시장을 성장시키는 '메기'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금융기관들도 알뜰폰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중소 알뜰폰 업계에서는 금융권의 진출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알뜰폰 관련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매대가 이하의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과도한 경품과 사은품을 지급하면서 가입자를 유인하는 것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는 것.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에 규정된 도매대가 산정방식은 도매제공사업자의 소매요금(영업이익 100% 포함)에서 마케팅비용, 광고비용 등의 회피가능비용을 제외하고 산정(Retail Minus 방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통사의 영업이익이 100% 보전되는 방식으로 알뜰폰사업의 다양성 확대와 고도화가 어렵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이통3사 중심으로 알뜰폰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금융권이 더해질 경우 출혈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 5곳(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 SK텔링크)의 시장 점유율은 51%(사물인터넷(IoT) 회선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공정한 경쟁을 조성하기 위한 확실한 제도가 없다"며 "금융자본을 장악한 금융기업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할 경우 많은 중소사업자들이 시장에서 퇴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