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소비 위축→경기 둔화 이 총재 "임금-물가 악순환적 상승 경계""하반기 성장에 무게중심 실릴 수도"
  •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빅스텝 단행하면서 'S 공포(스태그플레이션)'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렸으나 정작 금리 인상에 따라 소비가 위축돼 실물경제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다. 금리가 단시일내 빠르게 오르면서 어렵사리 조성된 경기 회복 동력이 꺾일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다.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 배경에는 인플레 공포가 뿌리깊게 자리내리고 있다. 아직까진 성장보다 물가에 우선을 둔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이창용 총재는 빅스텝 결정 배경으로 "6%대 물가와 4%대 근원 물가 수준에서는 경기와 상관없이 물가를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에 따른 임금 인상이 물가를 자극하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0%를 기록한 데 이어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반영되는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7%를 뚫을 것이란 전망까지 뒤따른다. 

    즉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가 겹치면서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경기 둔화세는 이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애초 3.0%에서 지난 5월에는 2.7%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기존 3.1%에서 4.5%로 올렸다. 연초 전망보다 경기가 좋지 못하고 물가는 뛰어올랐다는 의미다.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이 2.7%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된 데다 중국의 봉쇄조치까지 하방 리스크가 곳곳에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에 머무른 상태다.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가 모두 뒷걸음질 친 가운데 수출만 소폭 증가했다. 수출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무역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석달 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 코로나19 전개 상황도 변수다. 주춤했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만명을 돌파하며 전 주에 2배 수준에 도달했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겠으나 소비 심리 위축은 피하기 어렵다. 만약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거리두기까지 강화된다면 경기 침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이미 지난해 3월 이후 낙관적인 수준을 보이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1년 4개월 만에 비관적인 수준인 100 이하를 기록했다. 소비 심리가 한풀 꺾였다는 것이다. 

    금통위 역시 경기에 대한 우려가 깊다.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와 경기 상황을 종합할 때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또 경기 하방 우려에 따라 올 세 차례 남은 금통위서 두 차례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한은의 성장 하방 위험이 높아진다는 진단을 고려해 10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물가 상방 리스크 요인 완화라는 조건이 달성된다면 연말에는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 김상훈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물가 중심의 공격적 인상 기조는 점차 성장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완화될 전망"이라며 "성장률 전망치를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2% 부근으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