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M17 증설 보류… 메모리 전망 불투명D램도 낸드도 수요 감소에 가격하락 못 피해글로벌 투자 감축 또는 지연 '대세'… TSMC·마이크론도 동참국내·美서 수조 원대 투자 나선 삼성, 계획 변동 여부 촉각
  • ▲ 반도체 클린룸 전경 ⓒSK하이닉스
    ▲ 반도체 클린룸 전경 ⓒSK하이닉스
    올 하반기를 시작을 내년에도 메모리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 계획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추가적으로 증설을 미루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충북 청주에 있는 공장 증설 안건에 대해 최종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앞서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 부지에 추진했던 신규 반도체 공장인 M17을 증설하는 방안을 뒤엎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수요 확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M17과 같은 신규 설비 투자를 선행적으로 추진하고 이후 수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청주공장 증설이 최종 보류되면서 악화된 메모리 시장 전망에 반도체 제조사들이 설비투자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까지만 해도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은 내년까지도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최근 들어선 글로벌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어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밝기만 했던 반도체 전망에도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며 스마트폰과 가전 등의 수요가 꺾이고 그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이야기가 속속 전해졌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든든한 수요처였던 서버용 메모리 수요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전망하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3분기부터 D램은 제품에 따라 3~8%, 낸드 플래시는 최대 5%까지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마트폰용과 PC용 메모리 수요가 줄어 가격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아직은  서버용 수요는 견조하지만 이마저도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예상보다 빨라진 반도체 슈퍼사이클 둔화에 시장에서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투자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지만 아직까진 뚜렷하게 드러난 계획은 없었다. 제조사들 사이에도 서로 눈치보기 작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었다.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설비능력(Capa) 확대를 추진해왔던 상황이라 SK하이닉스처럼 내부적으로 투자 계획에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은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1등인 대만 TSMC도 지난 2분기 역대급 실적 기록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시설투자(CAPEX) 계획을 기존 대비 10% 가량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재고 상황과 장비 리드 타임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신규 공장과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은 향후 수개 분기에 걸쳐 공급량을 조절해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비 투자 계획을 다시 세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수조 원대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계획에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속도 조절에만 나서고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의 경우 미국 내 보조금 이슈 처리 등이 투자 계획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 집행을 이어가고 있는만큼 업계는 물론이고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도 삼성의 설비투자 계획에 변동이 생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