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지원법에 '中 투자 10년 제한' 추진글로벌 반도체 시장서 '中 소외' 수위 높여日, 대만 참여 가닥… '中-美' 사이 고민 깊은 韓美 중심 패권 동맹이냐… 생산·매출 '절대적' 中 우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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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이 제안한 반도체 동맹인 '칩(Chip)4'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막바지 고민에 빠진 가운데 미국 의회가 검토 중인 반도체 지원법에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조항을 추가하며 압박에 나섰다.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면 미국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이 직접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칩4 참여와 마찬가지로 대(對) 중국 투자와 비즈니스가 어려워질 수 있어 또 한번 딜레마가 깊어졌다.20일 관련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20억 달러(약 65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육성 법안에 중국 등 우려국가(contry of concern)에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관련 투자나 공장 증설 등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된다.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이후 미국 의회에서 의견 차이로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했던 가운데 이번에 이 같은 가드레일 조항이 신설되면서 추진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19일(현지시간) 상원에서 표결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미국이 이 같은 가드레일 조항을 신설한데는 아무래도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 육성 법안에 앞서 미국 측에서 제안한 '칩4' 동맹도 사실상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중국을 완전히 소외시키겠다는 의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연달아 중국을 견제하는데 수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미국이 주도하는 칩4 참여 여부에 대해서 아직 한국만 확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한국과 미국 외에 칩4에 참여하는 일본과 대만은 일찌감치 이 같은 동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주요 안보 동맹인 미국만큼이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중요도가 높은 한국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미국과 반도체 분야에서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동시에 국내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는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에서도 칩4 참여 여부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칩4 동맹이나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밀접히 연관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이나 중국 어느 둘 중 한 곳과만 협력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두 회사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우호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현재 중국을 통해 올리는 매출은 물론이고 생산 비중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딜레마가 극심하다.우선 삼성은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체 낸드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낸드량의 거의 10%에 달한다. 중국에서 올리는 반도체 매출 비중도 30%로 상당하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중국에서만 거의 15조 원에 가깝다.SK하이닉스는 대 중국 비즈니스 규모나 의존도가 삼성보다 큰 편이다. 중국 우시 지역에서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SK하이닉스 전체 D램의 절반이 생산된다. 우시공장의 역할이 막중하다보니 대규모 투자도 예정돼있다. 향후 3년 간 우시 공장 증설에 2조 3000억 원을 투입키로 했는데 최근 메모리 업황 둔화가 예고되면서 투자 일정과 계획에도 약간의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삼성과 SK 모두 중국 현지에서 오랜기간 사업을 이어온 덕에 현지 지방 당국이나 국영은행에서 투자금을 조달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다. 세금 감면 등의 투자 인센티브도 톡톡히 누려왔지만 최근 이 같은 미국의 압박 속에 이전처럼 중국에서 활발한 투자와생산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중국 정부도 이렇게 미국과 자신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국영매체인 글로벌타임즈는 한국의 칩4 참여 문제에 대해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미국은 한국이 8월 전까지는 칩4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한다고 사실상 기한을 정했다. 이에 정부도 관련 실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의회가 반도체 지원법에 가드레일 조항까지 신설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쥐고 있는 상황 속에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