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반도체 무한경쟁 시대… "영원한 1등은 없다"

'패권주의' 심화… 너도 나도 투자 속도마이크론, 낸드 232단 적층 첫 선… 삼성·SK 넘어서35년 기술 독주 깨진 파운드리 본격 경쟁… 판도 바뀌는 시장

입력 2022-07-28 15:13 | 수정 2022-07-28 15:27

▲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내부 모습 ⓒ삼성전자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은 이후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와 인재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덕분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몸값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줄곧 1,2위를 점하던 삼성과 SK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대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런 논리가 적용되면서 1위 TSMC를 쫓는 후발업체로서 한국 반도체의 반전 승리도 기대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232단 낸드 플래시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76단 낸드 양산을 가장 먼저 발표하며 낸드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드러낸 마이크론은 이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50% 빠르고 면적은 28% 줄인 제품으로 또 한번 리더십을 이었다는 평가다.

마이크론은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 10% 수준으로 5위 정도에 머무르는 곳이다. 1위는 이미 수년간 압도적인 점유율(1분기 기준 35.3%)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이고 2위는 일본의 키옥시아(점유율 18.9%), 3위는 솔리다임 인수 효과를 누리며 점유율 18%대로 올라선 SK하이닉스다.

마이크론은 D램 분야에선 삼성, SK와 함께 3대 기업으로 수년 간 이름을 올리는 곳이기도 하다. 낸드시장에선 마이크론의 점유율이나 실적이 높지 않지만 최근엔 낸드 적층 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보다 먼저 200단 이상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마이크론이 한 발 빨리 신제품 양산에 성공했지만 삼성, SK와 같은 국내 기업들과 기술 격차는 사실상 거의 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238단 낸드를 연내 시험생산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기술력에선 엎치락 뒤치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 대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후발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진 것은 더이상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2년 간 코로나19로 전 세계 반도체 수급길이 막힌 반면 반도체 수요는 더욱 급증하는 현상을 직접 겪으면서 각 국이 앞다퉈 반도체 제조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생산 시설을 확충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기존처럼 영원한 반도체 1등은 없다는 말까지 더 현실화되고 있다.

반도체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던 중국을 강력하게 저지하고 나선 미국이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반도체 기술력 확보는 더이상 산업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패권으로 비화됐다. 각 국이 유수의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와 당근책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기업 모시기에 나서면서 삼성과 SK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몸값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그만큼 막대한 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도의 셈법을 활용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그 중에서도 삼성과 같은 종합반도체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 쌓아올린 경쟁력을 지켜가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와 같이 주력을 삼지 않았던 분야에서 선발주자를 빠르게 뒤쫓아야만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낙오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삼성은 현재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함과 동시에 파운드리 분야에 수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독보적 시장 1위인 대만 TSMC를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발 빠르고 통 큰 투자 덕에 최근 삼성은 35년 넘는 업력으로 무장한 경쟁사를 넘어서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으로 양산에 성공했다. 이렇게 파운드리에서도 기존 주력업체가 시장 리더십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이 후발업체들에게 도전을 받고 있고 실제로 삼성이 TSMC를 넘어선 것처럼 기술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앞으로도 이렇게 독보적인 1위를 두지 않고 소수의 기업들이 각 국의 인센티브나 지원을 받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반도체 산업에 수십, 수백조 원대의 투자금 경쟁이 시작된지는 오래됐고 이제는 여기에 각 국의 패권경쟁까지 더해져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상황을 없애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최대한 실리를 찾을 수 있는 전략을 세워 발 빠른 대응에 나서는 것이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각 국의 입장에서 압박하고 있는 '칩4 동맹'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실리를 최우선에 두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탓에 결과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장소희 기자 soy08@newdailybiz.co.kr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자동차

크리에이티비티

금융·산업

IT·과학

오피니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