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물폭탄… 이상기후 물가 변수로 지난달 신선채소 물가 26% 넘게 올라 10월 물가정점 지연될 수도
-
80년 만의 물폭탄이 중부지방에 몰아치면서 올 하반기 물가 전망에 또 악재가 겹쳤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기상변수까지 겹치면서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추가됐기 때문이다.한국은행은 물가 정점 시기를 10월로 예상하고 있으나 기상이변이 계속될 경우 농산물 작황 부진 등에 따라 더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뒤따른다.◆ 올해 물가 상승률 5% 달할 듯9일 통계청에 따르면 1~7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보다 4.9% 올랐다. 또 6, 7월 소비자물가는 처음으로 두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연간으로 따져보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지난 5월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로 전망했으나 이미 이를 넘어섰다. 한은은 이러한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국제유가와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한 번 오른 물가는 쉽사리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제 시장서 하락한 가격으로 국내에 수입, 유통되기까지는 통상 1분기 정도 소요된다.지난 7월부터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채소류 가격이 일제히 급등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강하게 작용해 왔다. 신선채소 물가는 작년 7월대비 26% 폭등했고 상추, 시금치 등은 한달 만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채소값 인상은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추석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인 고기·과일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공공요금 인상분도 주요 물가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7월 1일부로 인상된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분이 8월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또 오는 10월에는 전기·가스요금의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전기요금은 올 2분기 kWh당 6.9원 오른데 이어 3분기 kWh당 5원 인상해 올해만 최소 15.1% 인상된다.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 폭염' 보고서를 통해 "폭염으로 서민경제와 관련된 품목을 중심으로 하반기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폭염 강세일 때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물가상승률보다 0.2%p 높았다"고 밝혔다.
-
◆ 인플레 파이터 한은… 물가 자극에 '고심'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정점 시기를 오는 3분기 말로 내다보고 있으나 변수가 많아지면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25% 수준까지 끌어 올렸으나 물가 자극 요인이 잇따르면서 효과가 반감될 처지에 놓였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물가가 6% 넘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어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향후 보다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경제 전반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이에 시장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남은 세 차례 회의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 연말에는 금리 수준이 3%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이 총재 역시 "물가가 당초 예상했던 전망치를 유지하면 기준금리를 0.25%p씩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한 번에 금리를 0.50%씩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봤다.하지만 물가 상승 국면이 계속될 경우 추가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이 총재가 국회서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예상했던 물가 기조에서 벗어나면 정책의 폭과 크기는 그때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 밝힌 점에서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성장 둔화 우려에 따라 8월 금통위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진 않으나 국제 유가 하락에도 이상 기후 등에 따른 국내 물가 자극 효과가 크다면 빅스텝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