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대체육 시장에 주목일부 제품 포화지방 나트륨 함량 높아"비건이 건강에 좋다 인식 항상 올바른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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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건(vegen)이 주목받고 있다. 식품업계는 비건 인증을 받은 메뉴만 판매하는 레스토랑을 선보이는가 하면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비건 시장을 이끄는 것은 대체육이다. 대체육은 밀가루 글루텐이나 콩 단백질을 원료로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것을 말하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대체육에 대한 영양분 부족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건강식이라던데?... 나트륨‧포화지방 많아

    # 직장인 김 모(35)씨는 얼마 전부터 육류를 피하고 채소나 곡물 위주로 끼니를 해결한다. 환경·건강·동물복지 등에 관심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풀무원 식물산 지구식단 매콤마늘불고기(덮밥용)을 먹고 깜짝 놀랬다. 성분표를 살표보니 나트륨 함량이 1440mg으로 하루 영양성분 기준치(2000mg)의 72%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먹을 때 짠 느낌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나트륨이 높은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월 식물성 대체육 15개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 등을 시험한 결과 일부 제품은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량을 낮출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대상은 농심의 ‘베지가든 숯불향 떡갈비’, 롯데푸드의 ‘베지함박 오리지널’, 동원F&B의 ‘비욘드 버거’, 삼육식품의 ‘삼육 베지버거’, 에쓰푸드의 ‘무빙마운틴 식물성 대체식품 B’, 밀스원의 ‘맵콩달콩 너비아니’, 에프와이지의 ‘더뉴밋 비건패티’, 에스와이솔루션의 ‘농부가 씨를 뿌린 고기(패티)’, 베지푸드의 ‘쏘이버거’ 등이다.

    3개 제품(우시안자이 수니우파이 시유지란·베지가든 숯불향 떡갈비·베지함박 오리지널)은 나트륨 함량이 100g당 715∼1150㎎(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36∼58%)으로 다른 제품보다 높았다.

    또 에쓰푸드의 ‘무빙마운틴 식물성 대체식품B’과 롯데푸드의 ‘베지함박 오리지널’, 동원F&B의 ‘비욘드 버거’,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 버거패티’ 등 4개 제품은 포화지방이 100g당 6~16g으로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40~107%나 돼 상대적으로 높았다.

    식품영양전문가 제니 로스보로는 영국 가디언지에 “가짜 고기 버거는 일반 고기가 들어간 버거보다 소금 함량이 0.14g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철분과 비타민B 등 영양소도 빠져 있는 경우도 많았다.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항상 올바른 건 아니”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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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같은 고기 맛 구현했다지만”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식물성 대체육 18개 제품과 아이다호의 한 농장 목초지에서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 다짐육 제품 18개를 비교한 결과 특정할 수 있는 190개의 대사물질 가운데 171개의 함유량이 차이가 있었다.

    식물성 대체육에는 없는 아미노산, 아미노산 결합체 등 22개 대사물질이 소고기에만 존재했다. 이들 성분은 사람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사물질로 전해진다.

    영양학적 뿐만 아니라 풍미도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비건식품에 대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 대체육 섭취에서 가장 불만인 점은 전통식육(고기)에 비해 풍미가 부족하다는 점이 4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비싼 가격과 특유의 냄새가 22%, 15%로 조사됐다.

    ◇ 가치소비 열풍… 환경에도 좋을까

    친환경과 가치소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이 각광받고 있다. 대량사육을 통해 동물을 가혹한 환경에서 키우거나 잔인하게 도축하는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건=친환경적'이라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례로 식물성 대체육뿐 아니라 배양육을 예로 들 수 있다.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주원료로 체외 배양을 통해 맛과 영양성분이 고기와 유사한 형태로 생산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비건식품에 대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배양육의 높은 생산비용은 시장 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평가했다. 전통 육류와 경쟁하려면 사육 비용이 극단적으로 높아지거나 유전공학 기술이 발전해 배양 비용이 감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제 고기를 배양하는 실험을 진행한 오사카대학교의 연구진은 1cm의 와규를 배양하는 데에만 3~4주를 소모했다. 이 소고기 1g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1만엔(약10만3000원)이었다.

    맥킨지는 역시 "배양육이 인간 유전체 발전과 비슷한 속도로 발전한다는 가정 하에 2030년에는 전통 육류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으나 고기 시장에서 1%의 점유율을 얻기까지 수백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