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이제 사람 좀 살립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응급실이 마비돼 환자의 사망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경험했는데도 전혀 개선된 부분이 없고, 다음 유행까지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하는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다.”

29일 본보를 통해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은 코로나19 방역과 의료 대응, 특히 병상 대책에서 응급실 역할론의 부재를 심화시키는 제도적 외면이 존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곧 거리두기 없는 추석이 오고 그 이후 위중증 환자 발생도 늘어날 것이다. 또 가을·겨울철 다시 유행파가 온다는 것은 예측가능한 상황이 됐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경험치가 쌓였지만 응급의료체계는 그대로다. 이점이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라고 밝혔다. 

응급의료와 관련 비효율적 대응이 지속되는 것은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받아들일 논의체가 없고, 응급의료에 대한 컨트롤타워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최소한 국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정책을 만들어 가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갈 독립적 형태의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하는데, 지금은 그럴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는 지역응급의료기관과 그 위에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있고 이들을 총괄하는 형태의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존재한다. 

최상위 기관으로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존재한다. 전국 응급망을 책임지는 곳인데, 조직체계 상 국립중앙의료원 내 공공의료본부 아래에 있다. 즉, 센터 자체의 역할이 커져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축소된 상태에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응급실 난민을 발생시키는 구조로 이어졌고, 코로나19 유행 시기마다 혼란을 가중시킨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를 인지하고 실무적 실행방법을 즉각 모색하기 위해서는 독립적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존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응급의료에 관한 정책을 만들고 심의하는 ‘중앙응급의료위원회’도 있지만. 이 역시 비영리민간단체, 공무원을 위원으로 포함한 협의체로 현장전문가 의견개진의 통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복지부 장관이 없으니 어렵다는 얘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가 않다. 주말마다 수도권 당직병원을 세워도 환자가 갈 곳이 없는 것은 정책적 오류가 있다는 증거다. 이제는 좀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길 바란다. 사람이 죽고사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느리더라도 확실한 해결책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성과와 여론에 밀려서 눈앞의 사후대응에만 매달리면 응급의료의 미래는 없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관계당국과 책임기관의 성의 있는 변화를 보여 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은 ‘필수의료 살리기’로 좁혀졌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다각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은 긍정적이지만, 응급의료는 여기서도 배제됐다. 

의료법상 필수의료는 종합병원의 필수진료과목(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또는 병리과, 정신건강의학과 및 치과)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응급의료는 공공의료의 테두리에 속했고 별도의 법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필수의료 내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의 필수의료 논의체계에서도 빠졌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와 공공의료의 개념이 혼재돼 난해한 해석이 나오지만, 근본적으로 필수의료는 모든 중증 응급환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제대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것이 바람직하다. 필수의료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의료현장에서 응급실은 소위 ‘깔때기’로 불린다. 원내 전 진료과에서 해결 안 되는 환자를 내려보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와 관련해서도 백신 맞고 이상반응이 생기면 응급실로, 확진 후 위급할 때 119 신고를 하라고 하는데 이 역시 응급실 대응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평상시에도 만성적 응급실 과밀화가 문제여서 대유행이 터지면 붕괴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결국 응급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필수의료가 살아난다. 이 개념이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