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지속 전망…경기침체 및 증시 변동성 확대 원·달러 13년여 만에 최고치…국내 증시 매력도 하락 美 노동절·추석 휴장 겹쳐…투자자 관망세 커질 듯
  • 국내 증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영향으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주가 하락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경기 침체 여부를 반영하는 경제지표 발표를 지켜보며 관망세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2.89%(71.62포인트) 하락한 2409.41에, 코스닥지수는 2.06%(16.57포인트) 내린 785.8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하락장을 이끈 것은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였다. 지난 한 주간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45억원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 또한 181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홀로 2조4943억원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언급을 한 이후,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362.6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기면서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가 더 적어져 한국 증시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 파월 연준 의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등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인사들도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낼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7일에는 연준의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발표된다. 앞서 7월 발표된 베이지북은 12개 연준 관할 구역 중 5개 지역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경기 침체 우려가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했는지 주목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베이지북에서는 소비와 투자의 모멘텀이 이전보다 약화되고 있음을 언급하고, 공급 차질이 일부 해소되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다소 진정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이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타이트한 여건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것으로 보는 만큼 연준의 통화 긴축 행보에서 매파적 시각이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통화당국의 통화정책 행보가 여전히 관심사인 만큼 이날 ECB가 자이언트스텝(0.75%p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인덱스가 재차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 우려가 상승했다”라며 “ECB 통화정책회의에서의 빅스텝 기대감이 달러 강세를 일부 방어하고 있지만, 유로존 경기로 판단하면 여전히 변동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13일 발표될 미국 8월 CPI와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대형 이벤트들이 대기 중이고, 미국 노동절 휴장과 국내 증시 추석 연휴 휴장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2400~2500 사이 단기 박스권 등락 속에 매물 출회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특히 8일은 쿼드러플 위칭데이로 외국인 및 기관의 현·선물 수급 변동성도 증시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변수”라고 판단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미국 물가 지표, 9월 FOMC 등 이벤트는 대체로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날이 포함된 만큼 투자자들은 관망 모드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경기와 무관한 구조적 성장주, 정책 수혜주, 경기방어주 중심의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전력을 권고한다”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와 과학법 발효 관련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