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380원 돌파… 교역조건 '최악'경상수지 1년 새 66.2억달러 급락상품수지 -11.8억달러… 10년만에 적자 우-러 전쟁, 중국 침체, 미-중 갈등 등 대외변수 첩첩
  • ▲ 컨테이너 하역작업으로 분주한 부산항ⓒ연합뉴스
    ▲ 컨테이너 하역작업으로 분주한 부산항ⓒ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상품수지가 10년 3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달러(1조5037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6월 56억1000만달러 대비 45억2000만달러 줄었고, 전년동월보다 66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지난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고, 5월 이후 석달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1년 전보다 67억3000만달러 줄어 11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적자는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월 경상수지가 793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을때도 상품수지는 27억418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었다.

    수출이 590억5000만달러를 기록한데 비해 수입은 602억3000만달러로 더 많았다.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6.9% 늘어난 반면, 수입은 21.2% 폭증했다. 특히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35.5% 불었다. 7월 통관기준으로 석탄, 원유, 가스 수입액 증가율이 각 110.0%, 99.3%, 58.9%에 달했다.

    수출은 승용차, 선박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주력 수출상품인 정보통신기기 -13.2%, 가전제품 -10.1%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해외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비스 수지는 3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작년 보다 6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운송수지 흑자규모가 3억6000만달러 늘어나면서 증가세를 견인했다. 7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CCFI)가 1년 전보다 16.5% 오르는 등 수출화물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는 22억7000만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5억8000만달러 줄었다.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4억3000만달러 감소한 것이 주효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직접투자가 34억1000만달러 늘어나며 1억8000만달러 불었다.

    상품수지 적자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로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때문에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무역적자가 상품수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서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역조건이 날로 악화됨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는 지난해 883억달러 흑자에서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집계된 경상수지 흑자는 24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 417억6000만달러 대비 40.6%(169억7000만달러) 급감했다.

    하반기는 중국 등 주요 교역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나온다. 특히 무역흑자에 크게 기여했던 휴대폰·디스플레이·선박·자동차 수출이 상당기간 둔화 흐름을 지속하면서 과거 고유가 시기(2011~2013년)와 달리 에너지·광물부문 적자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 강세가 멈추지 않는 것도 교역에 악조건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80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5개월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이 본격화 되면서 수출 둔화와 수입 증가에 따른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