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모두 급증환율·원자재 오르고 경기침체 악재 겹쳐1000억 증가에 그친 가계대출과 대비은행권 위험가중자산 증가, BIS비율도 떨어져
  • ▲ 서울 시중은행 창구ⓒ연합뉴스
    ▲ 서울 시중은행 창구ⓒ연합뉴스
    쑥쑥 오르는 금리에도 기업대출이 역대 최대 폭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겹치면서 빚으로 버티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8월 중 은행 기업대출은 8조7000억원 늘어난 1146조1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및 시설자금 수요가 늘어났고, 은행의 기업대출 취급 노력도 이어지면서 8월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기업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2조9000억원 늘었고,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5조8000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만 따로 놓고 보면 2조2000억원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대출 모두 같은달 기준 역대 세번째로 큰 폭 증가했다.

    올해 1~8월까지 기업대출은 80조4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1000억원 늘어난 것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다.

    가계대출은 8월 한달간 3000억원 늘어 106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1조6000억원 늘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3000억원 줄었다. 신용대출은 올해 들어 13조9000억원 감소했는데 감소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고금리 부담에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대출이 급증한 것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제조업 중심으로 시설운영자금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에 채권발행이 막힌 중소기업들이 은행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회사채BBB- 3년물 금리는 연 10%를 훌쩍 넘겼다.

    한국은행의 2분기 중 산업별대출금을 보면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잔액은 1713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68조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보험업에서 48조1000억원 늘어 대출증가세를 이끌었는데, 비은행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용도별로 보면 운전자금 증가폭이 41조9000억원에서 44조원으로 확대됐다.

    금리인상은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도 늘려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29%로 3개월 전보다 0.23%p 하락했다.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확충에 나섰지만 금리 상승 여파에 따른 채권평가 손실이 자본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충격에도 은행 건전성을 유지하고 손실 흡수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을 위한 정책대출 규모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