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조사 시작 15일전 조사기간·세목 등 통지 사전통지기간 7→10→15일 늘어나…상의 "21일로 늘려달라"현장에선 "사전세무조사 준비하느라 더 힘들 것"
  • ▲ 지난달 31일 김창기 국세청장이 대한상의 회장단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세청
    ▲ 지난달 31일 김창기 국세청장이 대한상의 회장단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세청
    대한상공회의소가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정기 세무조사 사전통지일을 현행 15일에서 21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장에서는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기 세무조사 사전통지란 정기 조사 대상자에게 조사 시작 15일 전 미리 통지하는 제도다. 세무조사는 정기조사와 비정기조사로 나뉘는데, 비정기조사의 경우 탈세혐의가 있어 착수하는 세무조사로, 조사대상자에게 조사사실을 미리 통보할 경우 관련 장부를 은닉·폐기할 우려 때문에 미리 통보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정기조사는 탈세혐의가 없더라도 4~5년 주기로 검증차원에서 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조사대상자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에 통보한다. 처음 도입할 당시에는 사전통지 기간이 조사 7일 전이었지만, 지난 2006년 10일로 늘어났고 지난 2018년부터는 15일로 늘어났다. 

    정기조사 사전통지서에는 조사대상자가 누구인지와 조사기간, 조사대상 세목과 과세기간 및 조사 사유, 부분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그 범위 등이 적혀 있다. 조사대상자의 경우 조사기간과 조사대상 범위를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통지서인 셈이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정기조사 사전통지 기간이 짧아 자료, 장소 준비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매년 사전통지 기간 연장을 요구해왔다. 지난해에는 김대지 전 국세청장을 만나 사전통지 기간을 조사개시 30일 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으며 올해는 21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를 매년 초에 미리 선정하는 만큼 사전에 충분히 사전통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연초에 조사대상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통보하면 조사대상자들은 올해 안에 세무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전준비와 경영활동 계획 등을 미리 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세무대리인들과 기업 재무팀은 대한상의 요구와는 다소 다른 반응이다. 

    국세청 조사국에서 근무했던 한 세무대리인은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반을 선정하는 시기는 사전통지서가 나가는 시점인데 연초에 미리 사전통지서가 나가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조사반을 선정하기 위한 로비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대형 세무법인들도 기업들에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세무대리시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재무팀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한다고 아는 날부터 재무부서는 비상인데 그것을 연초부터 알게 된다면, 내내 야근에 시달릴 것"이라며 "재무분야 직원들은 이를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사전통지 기간을 늘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탈세혐의도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탈세혐의가 없어도 주기적으로 하는 정기 세무조사를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대한상의의 건의는 알고 있지만 사전통기 기간 확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업 회계·세무 업무가 전산화돼 과거에 비해 조사준비에 필요한 물리적 부담은 줄었다"며 "지속적인 세법개정을 통해 사전통지 기간이 15일까지 확대돼 선진국과 비교해도 긴 편이다. 미국은 조사개시 10일 전, 프랑스는 15일 전까지 통보하며 일본은 기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무조사와 관련된 납세자 권익보호제도 역시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고 세무조사 시 독립성이 보장된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적법절차를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