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행권 재연장 조율만기는 자율… 이자 납입은 시작할 듯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 동시 운영
  • ▲ 서울 광진구 자양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서울 광진구 자양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뉴데일리DB
    금융당국이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재연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125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지원만으로는 부실폭탄을 막기 어렵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종료되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중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1년 연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출 만기연장의 경우 은행권 자율에 맡기되 3년 더 연장하는 쪽으로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자상환 유예조치는 추가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대출 연장 조치는 방역조치가 본격 시행된 2020년 4월 단행된 이후 6개월마다 재연장해 2년간 이어졌다. 그동안 연장된 대출잔액은 133조4000억원에 달한다. 만기연장이 116조6000억원, 원리금 상환유예 11조7000억원, 이자 상환유예 5조원 등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연장대출의 조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125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지원책을 발표했다. 원금의 최대 90%를 탕감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포함해 저금리대환대출 8조5000억원, 신규대출지원 41조2000억원 등이다.

    배드뱅크 성격의 새출발기금의 경우 지원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사실상 금융활동이 막히는 만큼 부실흡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시중은행 신용대출금리가 7%에 달하는 고금리 상황에서 신규대출 여력도 쉽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는 새출발기금 등으로 채무조정 지원을 하는 한편, 성실차주에 대한 대출연장을 동시에 지원하는 투트랙 방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의 연체를 통한 채무탕감을 받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원금감면 즉시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등 상당한 페널티가 부과돼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한 자영업자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마련한 소상공인 관련 간담회에서도 대출 연장 목소리가 높았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후 "재연장 요청을 많이 하셨다"면서 "확정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어렵다는 말씀들을 하셔서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재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원장도 "코로나 방역정책이라는 외적 충격을 각 차주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문제의식이 논의에 깔린 상황"이라고 했다.

    정치권도 금융지원 연장에 한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들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금융권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민의힘은 "차주들이 충분한 정상화 기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태년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이 직접 금융위를 찾아 대출연장을 촉구했다.

    다만 고금리·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 짙은 가운데 세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8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사업자 대출은 2조2000억원 늘어난 441조3000억원에 달한다. 같은기간 가계대출이 3000억원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갚을 능력이 있는 차주와 그렇지 못한 차주 등 유형을 세세히 나누어 맞춤 지원을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