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이어 대우조선 '신속 매각' 방점12조 공적자금 투입… 매각가 2조 '헐값' 논란HMM, KDB생명 등 줄대기
  •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뉴데일리 강민석 기자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뉴데일리 강민석 기자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강석훈 산은 회장의 구조조정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 회장은 지금껏 산은이 견지해온 구조조정 3원칙에 '신속한 매각'을 추가했다. 공적자금 회수금을 늘리는 것보다 빠른 매각에 방점을 둔 셈이다. 하지만 21년 간 공적자금 12조원을 쏟은 회사를 2조원에 헐값 매각 했다는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껏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3원칙은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였다. 여기에 빠른 매각이 추가된 셈이다. 

    대우조선 매각은 강 회장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올초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며 적극적으로 국내 기업들과 매각을 타진해왔다. 특히 강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핵심과제로 대우조선 매각을 강조했다. 

    지난 25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서 "대우조선을 구하는 최선의 방법은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경영주체가 나오는 것"이라며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이 이처럼 속도전에 집중한 데는 대우조선의 사정이 그만큼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26일 기자간담회서 "경영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대우조선은 자력에 의한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다"면서 "역량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1999년 워크아웃 이후, 이듬해부터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관리해왔다. 2015년 분식회계 적발 등으로 경영부실이 악화된 뒤 5년 간 7조1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쏟았으나 적자의 늪은 점점 깊어졌다. 

    또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이 부실기업을 인수, 장기 보유하는 과정서 부실관리 논란은 매년 이어졌다. 정권에 맞춰 낙하산이 경영진으로 내려왔고 횡령, 뇌물수수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2조원이라는 매각가는 논란거리다. 

    지금껏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공적자금을 쏟았으나 회수액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2조원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해 49.3% 지분을 확보한 뒤 최대 주주가 된다. 산은의 지분율은 28.2%로 줄어든다. 

    2조원은 증권 발행 공시 기준에 맞춰 기준 주가에서 10% 할인해 계산했다. 유상증자 가격 기준 1만9150원으로 전일 종가인 2만495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산은도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매각 방식을 스토킹호스로 진행한다. 한화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둔 뒤 경쟁입찰을 진행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있는지 지켜본 뒤 한화그룹에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산은은 한화그룹에 경영권을 넘기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 등 기존 금융지원 방안을 5년 간 연장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이 정상화되기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금융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채권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강 회장의 이러한 빠른 매각 방침에 따라 산업은행이 보유한 다른 기업들의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HMM과 KDB생명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강 회장은 앞서 "HMM은 정상기업이 된 만큼 산은 원칙대로 매각이 맞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