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토지 매매거래 9만4711필지금리 인상-대출 규제 여파에 자금줄 막혀개발사업 위축에 주택 공급 축소 등 악순환 우려
-
8월 전국 토지 매매거래가 약 10년 만에 10만필지를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시장 위축세가 확산하면서 토지시장도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토지거래 큰 손인 부동산 개발회사가 사업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거래가 급감한 모양새다.7일 한국부동산원의 '거래 원인별 토지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에서 이뤄진 토지 매매거래는 9만4711필지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월 단위로 토지 매매거래가 10만필지 이하로 이뤄진 것은 직전 최저 거래량을 기록한 2013년 1월 8만5278필지 이후 9년 7개월 만이다.토지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 상품과는 달리 장기투자 성격이 짙다. 그동안 부동산 상품 가운데 금리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토지거래량마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시장에서는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면서 사실상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자 토지거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다 보니 부속토지(건축물이 딸린 땅) 매매도 줄었고 이러한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체 토지 손바뀜도 감소한 것이다.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의 거래량이 줄어든 점도 토지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 인상에 실물경기 자체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산업 투자 심리도 감소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의 주축인 주택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시장도 함께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건축물이 딸린 부속 토지가 아닌 맨땅인 '순수 토지' 매매거래도 3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8월 순수 토지 매매거래량은 4만8645필지로, 전월 5만1986필지 대비 6.4% 감소했다. 이는 2019년 9월 4만6388필지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치다. 순수 토지 매매거래는 6만7155필지를 기록한 3월 이후 매달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순수 토지 거래가 감소한 까닭으로는 투자심리 위축이 꼽힌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사업성이 낮아지자 토지 매입 후 개발하는 부동산개발에 신중해진 것이다.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PF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나선 영향도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7월 초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의 부동산 PF대출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6~6.5%였던 부동산 PF대출 금리는 현재 10%, 높게는 20%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한 시행사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위축되자 사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곳이 늘었고 결과적으로 대다수 금융기관이 새로운 PF대출을 진행하지 않으려 한다"며 "신규 사업은 당분간 보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게다가 최근 분양시장도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미분양 증가세가 나타나자 적극적인 토지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는 영향도 컸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로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 보니 토지거래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이에 토지거래량이 당분간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여전히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라 지난해만큼 활발하게 토지거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한국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공공택지마저 사업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염려되는 상황"이라며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공공택지에 한해서라도 매매 대금 할부 이자 면제 등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한편 거래 한파가 토지에도 미치며 토지 가격 상승 폭도 석 달 연속 줄어들고 있다. 8월 전국 지가 변동률은 0.276%로, 2020년 5월 0.257%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전국 지가 변동률은 5월 0.336% 이후 석 달 연속 상승 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