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토허제 지역 집값 선두' 마포·성동·동작 부동산 시장 '들썩'집주인들 호가 올려 '가격 테스트'… 매수자는 아직 관망"매수자 없으면 안 팔아도 그만"…매물도 회수 잇따라"당장은 조용해도 … 한강변 비규제 지역, 수요쏠림·가격 상승 가능성"
  • ▲ 서울 동작구 흑성동 ‘아크로리버하임' 입구=나광국 기자
    ▲ 서울 동작구 흑성동 ‘아크로리버하임' 입구=나광국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재지정되고 나서 마포구 일대 집주인들 태도가 달라졌어요. 지난해 여름부터 가격이 올라도 매물은 있어서 거래가 성사됐는데 지금은 매물 자체가 없어요. 집주인들이 '살 사람은 사라' 식으로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둬들인 탓이죠. 다만 수요자들도 당분간 지켜보잔 입장이라 거래가 당장 늘 것 같지 않아요."(아현동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마포·성동·동작 등 인근 지역에서 호가 상승에 따른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방문한 이들 지역 공인중개업소에는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겠단 집주인 전화가 이어졌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토허제로 자극받았던 강남권 아파트 갭투자 수요가 추후 마포, 성동, 동작, 광진구 등 인근 비(非) 토허제 지역 가운데 집값이 비싼 동네로 옮겨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6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최근 호가에 대한 수요자들의 문의전화와 이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자 방문 상담중인 집주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옥수동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강남·용산이 규제되며 자금력이 있는 매수 대기자들이 대체 투자를 찾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집주인들이 시장에 내놓았던 매물을 일부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며 "다만 지금은 서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 실제거래가 이뤄지거나 실제로 집을 보러 오겠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어서 차분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토하제 지정으로 강남에 대한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막히다 보니 충분한 현금 확보가 되지 않는 한 바로 강남권 집을 매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래미안옥수리버젠' 등이 강남권 바로 다음 급지로 꼽히지만 아직 거래가 활발하지 않는 배경이다. 
  • ▲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위쪽)과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전경= 나광국 기자
    ▲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위쪽)과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전경= 나광국 기자
    이날 공인중개사무소를 방문한 옥수동 주민 A씨는 "강남의 사례를 봤을 때 호가가 너무 급등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최소 1~2억원은 더 높은 가격에 거래가 가능할지를 확인하려고 중개업소를 방문했고 급할 게 없다는 판단에 매물을 거둬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근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과거엔 호가를 세게 불러도 추격매수가 붙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출규제도 강화됐고 강남 가격 상승세도 멈췄기 때문에 이곳 혼자 가격이 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처럼 매수자와 매도자 둘 다 관망세가 이어지다 어느 순간이 되면 거래가 풀리는 시점이 올 수 있어서 그때는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허제뿐 아니라 대출규제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토허제로 강남권 호가가 올랐다고 한다면 그 이전에 서울 주요지역 가격 상승은 대출규제 완화 이후 시작됐다"며 "다시 은행에서 갭투자용 대출을 막기 시작했고 7월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등 규제가 시작되면 풍선효과가 생각보다 없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날에는 마포구와 동장구로 향했다. 이들 지역도 당분간 관망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장 전언이다. 다만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이고 매수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 인근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추천 가능한 매물은 지난 1월 이후 다 나가고 없다"며 "남아 있었던 마포프레스티지자이3단지 매물 중 전용 59㎡도 집주인이 19억5000만원에도 팔기 어렵다며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고 매물을 거둬들인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인근 아현동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광고 매물들은 거의 몇 주 전까지 있었던 매물이고 현재는 대부분 다 들어갔다"며 "매수자들도 현재 집주인들의 움직임이나 호가를 물어볼 뿐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는데 이는 최근 인근 84㎡ 매물 가운데 로열층 호가가 25억원까지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엄두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 ▲ 마포구 아현동과 동작구 흑석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전경=나광국 기자
    ▲ 마포구 아현동과 동작구 흑석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전경=나광국 기자
    흑석동 호가는 더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 일부 지역의 토허제 해제 이후 흑석동의 호가가 무리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최근 '서반포'라고 불리는 동작구 흑성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 중 한강 조망이 가능한 매물은 호가가 30억~31억원에 달한다. 아크로리버하임은 지난해 말 21억~23억원에 거래되며 당시 최고가(27억5000만원, 12층) 대비 15~20% 떨어졌지만 현재는 가격이 회복됐다.

    흑석동 M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3월초 흑석자이 전용 84㎡가 19억3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쪽 지역이 평지도 아닌데 19억원대는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주 월요일부터 매수인들의 발길이 이어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집주인들은 오히려 매도 시기를 올해 가을쯤으로 미루는 움직임도 있고 매수자가 있어도 계좌를 오픈 안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실제 이들 지역 대장주 아파트 집값은 이미 고점 부근에 형성된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는 이달 2일 불과 2달 만에 4억5000만원 상승한 2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도 지난해 6월 18억원대에 거래된 이후 꾸준히 신고가를 썼고 이달 3일 23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도 이달 8일 직전 거래대비 1억3000만원 상승한 2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으로 수요가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수요가 규제에서 벗어난 한강 변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마포, 광진, 강동 등에서 갭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은선 직방 데이터랩실장 또한 "강남을 선호했던 수요자들이 마포·동작구 등으로 분산이 되며 대표적인 수혜지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대출 규제로 시장 유동성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가격 상승은 한동안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