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매각 실사 저지단 구성 나서14년 전 한화 인수 첫 시도 때와 유사쟁의권 확보로 합법적 파업 가능…극한 대립 우려
  • ▲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도다솔 기자
    ▲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도다솔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매각을 위한 입찰의향서 마감을 앞두고 ‘노조 리스크’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가 매각 상세 실사 작업을 막기 위한 저지단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노조)는 이날 오후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대우조선 매각 협상에 당사자로서 노조가 참여할 것 등의 요구를 내걸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27일 경쟁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17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접수받는다. 이후 최대 6주간 상세 실사 작업을 벌이고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구조로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우선협상자로 한화그룹을 낙점하면서 유력 인수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대우조선지회는 최근 노조원 가운데 매각 실사저지단을 모집하며 노조 리스크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앞서 2008년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첫 시도 때도 대우조선 노조는 고용·임단협 승계 등 요구하며 한화의 실사를 저지한 바 있다. 당시 한화는 노조 반대와 금융위기 등으로 인수를 포기했다. 

    매각을 앞두고 14년 전 상황과 유사하게 흘러가면서 대우조선이 노조 리스크로 인해 또다시 매각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달 말 대우조선지회는 쟁의권을 확보, 최악의 경우 파업과 같은 극한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대우조선지회는 인수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주요 이해관계자인 노조를 배제하고 매각을 진행한 것은 문제이며, 회사의 독단적인 결정 때문에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이다. 

    그러면서 노조는 매각 협상 참여와 전 구성원 고용 보장, 처우 개선, 조선업 전문 경영진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하청노동자 손배·가압류 470억원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을 한화에 촉구하고 있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노조는 쟁의를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상급노조인 금속노조와 대우조선지회는 “한화 재벌로의 매각이라는 현실 앞에서 금속노조와 대우조선지회는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정문을 막았던 투쟁의 의지와 각오를 되살린다”며 “지회의 요청에도 KDB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밀실, 특혜 매각을 진행한다면 전면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현재까지 한화그룹은 “노조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 노사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한편 대우조선지회는 오는 19일 고용 승계와 노조 단체협상 승계 등 4대 요구안에 대해 세부적인 브리핑을 열어 노조의 입장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