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분기 플러스 성장… 무역적자 개선·소비증가로 침체 탈피중, 0.4%→3.9% 깜짝 반등… 소매판매 지표는 악화·회복 더뎌한, 소비·설비투자가 역성장 막아… 소비증가세 2.9%→1.9% 둔화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된다. 하지만 글로벌 긴축 경쟁 여파로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져들 거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고물가로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각)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2.6% 올랐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2.3%)를 웃돌았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1.6%, 2분기 -0.6%로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라는 기술적 경기침체 조건을 충족했던 미국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수 개월간 비관론자들이 미국 경제가 침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경제회복이 계속되는 동력이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얻었다"고 반색했다.

    미 상무부는 3분기 깜짝 반등의 배경으로 수출, 정부·소비자 지출, 비주거 고정투자 증가를 꼽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비 증가 덕분이 아닌 수입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 미국 역성장의 주범은 무역적자였다. 상무부는 고유가에 힘입은 정유제품 등의 수출이 14.4% 증가하며 3분기 성장을 이끌었다지만, 수입이 6.9% 감소하면서 무역적자를 크게 줄였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국도 3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애초 지난 18일로 예정됐던 발표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로 늦춰지면서 시장에선 경제지표 악화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당 대회가 끝나고 발표된 3분기 경제성장률은 3.9%였다. 앞선 블룸버그(3.3%)와 로이터(3.4%) 예상치를 웃돌았다. 3분기 누적 성장률도 3.0%가 됐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27일 낸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한 바 있다.

    2분기 실적이 0.4%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1분기(-6.8%) 이후 가장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급반등한 셈이다.

    우리나라도 3분기 실적이 우려와 달리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은 0.3%다. 수입이 늘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은 성장률을 깎아먹었지만, 소비(1.9%)와 설비투자(5.0%)가 늘면서 시장 예상보다 지표가 높게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새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2.6%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달 한은은 3, 4분기에 0.1∼0.2%(전분기대비)씩 성장하면 올해 전망치에 도달할 수 있을 거로 예상했었다.
  • ▲ 소비.ⓒ연합뉴스
    ▲ 소비.ⓒ연합뉴스
    그러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26일(현지시각)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미국 국채시장에서 3개월물 금리는 뉴욕증시 마감 기준 4.027%로 10년물 금리 4.007%를 넘어섰다. 앞선 24일과 25일에도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시장에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6일 밝힌 바에 따르면 66명의 경제전문가 중 63%가 내년에 경기침체가 올 거라고 예상했다. 앞선 7월 조사(49%)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대세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27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렸다. 2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일각에선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로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수요 감소가 경기둔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각) 올 3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한다. 미국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상품 소비는 7~8월 2개월 연속 감소한 상태다. 미 금융권이 전망한 PCE 전망치는 1%(연율 환산 기준)로, 2분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낮다. 소비지출이 둔화하는 것이다. 연준은 노동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 지수를 더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소비 지표가 나빠졌다. 9월 소매판매는 2.5% 증가에 그쳤다. 예상치(3.0%)를 밑돌았다. 증가폭도 전달(5.4%)보다 크게 쪼그라들었다.

    우리나라도 소비가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4.3% 증가했다. 6개월 만에 반등했으나 추석 명절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2.9% 늘었던 소비는 3분기 1.9%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민간소비마저 위축되면 4분기 이후 역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