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공공기관 채권 발향 최소화 방침자금 블랙홀 비판 의식… 은행 대출 일원화20조 채안펀드 본격가동… 돈맥경화 완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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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해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다.신용도 높은 공기업의 자금 조달을 은행 대출로 돌리고 해외에서 회사채 발행을 유도해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 물량 압박을 풀어주려는 전략이다.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자금 조달이 필요한 경우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유도하고, 대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의 필요성도 살핀다.아울러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도록 주문했다. 주 대상은 한전·한국가스공사 등 신용등급이 우수한 공기업이다.우량 공사채에 속하는 AAA등급의 한전은 올해 들어서만 23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한전 등의 공사채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이에 최근 금융당국은 범정부 차원에서 한전채 등 공공기관의 채권 분산 발행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채권시장의 자금 블랙홀로 지목된 산업금융채(산금채)나 은행채 발행 축소를 유도하고 있다.금융위원회는 최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시장 경색 상황을 고려해 산금채를 비롯한 특수채(공공부문이 발행한 채권) 발행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발행 물량과 일정을 확인하고 있다.은행채 발행도 축소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5개 주요 은행과 회의를 열고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기로 협의했다. 시장 자금을 싹쓸이해온 초우량채 발행이 줄어들면 투자 수요가 일반 회사채 등으로 흘러 자금줄이 막히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완화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이는 최대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유동성 공급 효과를 높이려는 측면도 있다.금융당국은 이번 주 중 시작되는 3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1차 추가 캐피털 콜(자금 납입 요청)에도 산금채와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채안펀드는 지난 24일 기업어음(CP)을 중심으로 매입을 시작했으며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 등도 사들일 예정이다.산은도 채안펀드를 위한 추가 산금채 발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이처럼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금시장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한 가운데 시장이 자체적으로 자금 경색을 해소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다.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금 경색이 저축은행, 캐피털 등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위기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