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화 섣부르다"… 당국 자제령 유지수신경쟁도 막혀… 자금조달난발행 잔액 9조로 급한불 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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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당국의 채권발행 자제 요청에 은행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며겨자먹기로 수신금리를 인상하며 조달경쟁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최근 금리인상폭이 줄어들며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17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은행채 발행 계획은 51조원 규모다. 이 중 지난달까지 발행된 채권은 42조원 가량으로 남은 발행 한도는 9조원 남았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3조2100억원, 우리은행 3조1200억원, 하나은행 2조5000억원 순이다. 신한은행은 계획한 은행채 12조원 발행계획을 이미 끝마쳤다.

    연말까지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은행채 발행 계획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당국의 자제 요청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최근 잇따른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채 발행을 최대한 미루고 불가피하게 발행해야 할 경우 사전 보고·조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수급이 막히자 자금블랙홀로 떠오른 은행과 공공기관 채권 발행을 차단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지주의 유동성 공급으로 채권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고는 하나 아직은 안정화됐다고 보기 섣부르다"며 "대규모 은행채나 공사채 발행은 연말 기업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한 당국 정책에 협조 중인 은행들도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를 막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연말까지 만기를 맞는 4대 은행 은행채 규모는 6조5000억원 규모다. 발행 잔액 9조원을 감안하면 충분히 흡수 가능하지만 유동성 공급대책에 따라 여력이 절반으로 줄어벌인터라 조 단위 발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예수금 유치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과도한 조달 경쟁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은 연 5% 안팎의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 중이다. 은행채(1년물) 금리가 5.1%에 육박하면서 생긴 상품들인데 최근 긴축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5.0%까지 내려앉았다. 조달비용을 감안하면 더이상 정기예금 금리를 더 얹어주기 어려운 셈이다.

    시중은행 자금이 은행으로만 쏠리며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돈줄이 마르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중단한 저축은행은 모두 11곳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등 유동성 규제 완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LCR 규제비율을 92.5%로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년 6월 말로 미루며 숨통 틔우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간담회에서 LCR 기준 자체를 하향하는 방안이 건의됐지만, 금융위는 국제 기준에 반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