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이어 파운드리도 한파?… 생산 줄인 TSMC, '삼성 기회'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생산량을 절반이나 줄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파운드리로 대표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도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삼성은 지난 6월 세계 첫 3나노 양산에 성공한 이후 고객사 확보와 투자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주춤해진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다.

4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TSMC는 칩 생산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 등을 공급하는 업체들에게 주문을 최대 50%까지 줄인다고 선언했다. TSMC가 생산에 필요한 비용 삭감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TSMC가 이처럼 비용 삭감에 나선 것은 결국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TSMC가 향후 칩 수요가 감소할 것에 대비해 생산량을 줄이고 관련 비용을 줄이는 차원으로 봤다.

TSMC는 내년 1분기가 되면 고객사들의 수요 감소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견했다. 이미 지난 3분기부터 수요 감소 분위기가 시작됐고 현재 4분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고 내년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첨단공정인 3나노(nm)에서 고객사 주문이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TSMC 3나노 공정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 인텔이 주문을 줄이면서 TSMC 전체 생산량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지난 3분기부터 미디어텍과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사들도 주문량을 줄였고 내년 초까지 더 줄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수요 감소로 파운드리 시장에도 한파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예정보다 줄이겠다는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발표에서 TSMC는 당초 예고했던 올해 설비투자 목표치인 400억 달러에서 10%를 낮춘 360억 달러(약 52조 원)로 조정한다고 밝혀 파운드리업계 달라진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삼성전자가 무섭게 뒤를 쫓고 있는 상황에서도 숨을 고를 필요성이 있을만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메모리 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파운드리에서도 기존 계획대로 생산과 설비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굳은 상황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수요 감소 여파로 주요 생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축소에 나서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치킨게임'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데 독보적인 1위인 삼성만은 당초 제시한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연초 제시했던 올해 설비투자 규모인 54조 원을 계획대로 집행해 이어갈 예정이고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중장기 수요 대응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삼성이 이처럼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세를 꺾지 않는데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하면서 이미 기술분야에서 TSMC를 넘어설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지난달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3나노 양산 시작 이후 일각에서 제기했던 수율 문제와 관련해 "수율 관련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며 양산 초기보다 모든 측면에서 안정화가 빠르게 이뤄져 고객사 유치에 활발하게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오히려 파운드리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는 현 상황을 삼성이 역이용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고객사들이 주문을 줄이고 이후 다시 이를 회복하는 시점이 오기 때문에 그 사이 새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파운드리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TSMC에 대적하기 위해선 결국 고객사를 확보하는게 관건인데 내년 상반기 이후 3나노 2세대 공정이 더 안정화되면서 기술적으로도 고객을 유치하는데 더 유리해지고 TSMC와의 관계 공백에 삼성이 새로 기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