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10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미분양사업장에 PF 대출 보증 상품 신설준공후 사업장 대출도 5조→10조 확대공공택지 사전청약 폐지-재건축 규제 완화 속도미분양·공사비 증가-자금 경색 '삼중고' 건설업계 "한숨 돌렸다"
  •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정부가 10일 발표한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PF 위기를 막고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특히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로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난 위기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업계 연쇄 도산 위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열린 부동산관계장관 회의에서 건설사의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이 신설된다. 준공전 미분양 사업장에 대해서도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HUG가 보증을 지원한다.

    다만 분양가 할인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한 건설사업자의 자구 노력이 있을 때만 지원된다.

    현재 건설사업자들은 사업비 일부를 PF 대출로 조달한뒤 분양받은 사람이 낸 중도금으로 잔여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미분양이 급증하면 PF 대출 상환과 추가적인 공사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

    최근 들어 유동성 부족으로 공사 중단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지만 준공전 미분양 사업장에 대해선 보증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국토부는 또 기존 PF 대출 보증 발급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금리와 심사 요건을 완화한다. 중소형 사업장 대상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기존 PF 대출 보증 발급은 10조원까지 확대한다.

    국토부는 내년 2월중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친 뒤 보증 한도·요율 등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준공전 미분양 사업에 대해서 보증 지원이 없어 자금난에 심했는데 정부의 이번 지원 정책으로 한숨을 돌렸다"며 "유동성 위기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소·중견건설사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금리가 낮다 보니 증권사와 보험사,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PF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금리가 인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말까지 약 34조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이를 막지 못하면 건설사와 금융회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충남지역의 모중견건설업체는 지난 9월 납부 기한이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분양물량을 분산하기 위해 공공택지는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키로 했다.

    현재 주택 조기 공급을 위해 공공택지 사전청약을 의무화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청약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전청약을 의무화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으나 사전청약은 최근 2~3년내에 몰렸다.

    분양물량 분산을 위해 향후 매각하는 공공택지는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고 이미 매각된 택지는 의무를 6개월에서 2년으로 완화한다. 이에 따라 민간 물량은 2024년까지 7만4000가구에서 1만5000가구, 공공 물량도 내년까지 2만4000가구에서 1만1000가구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와 함께 애초 연내 발표하기로 했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내달 초로 앞당겨 공개한다.

    평가항목을 30~40% 수준으로 조정하고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개선, 지자체 배점 조정 권한 부여 등 개선방안을 조기에 마련할 방침이다. 정밀안전진단상 D등급 분류시 의무화돼 있는 공공기관 적정성 검사를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한해 시행하는 방침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원 분양물량이 기본적으로 확보되는 만큼 부동산 침체기에 더 매력적인 사업지"라며 "재건축 방안이 활성화된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도 먹거리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PF 대출 보증은 부도 위기까지 나오고 있는 중소건설사에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5조원 미분양 PF 대출 보증 신설 등 정부의 이번 방안은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5조원 미분양 PF 대출 보증 신설은 미분양 급증과 공사비 증가, 자금 경색까지 겹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자금난과 연쇄 도산 위기를 해소하려는 방안"이라며 "기존 PF 보증요건을 완화한 조치 역시 미분양에 따른 주택공급 기반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막고 시장에 꾸준한 주택공급 신호를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