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경영진 선임 중요한 책무"연임 불가 압박 이어 이사회 책임론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이동하고 있다.ⓒ강민석 사진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이동하고 있다.ⓒ강민석 사진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CEO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진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큰 틀에서 은행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감시 역할을 언급한 것이지만 2년여 만에 열린 이사회 의장과의 만남에서 작심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최근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겨냥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인사 외압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원장은 "이사회는 은행 경영전략과 리스크 정책을 승인하고, 경영진이 이를 잘 집하는지 감시하며, 건강한 조직문화와 강력한 통제환경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은행 지부구조에 대한 당국의 감독활동의 일환으로 이사회와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갖는 것도 이사회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금년 들어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통제 미흡으로 대형 금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고 언급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경영진에만 맡겨 놓으면 성과 우선주의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이사회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 교체기를 앞두고 당국이 인사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권 코드에 맞춘 낙하산 인사를 예고한게 아니냐는 의미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 손 회장의 라임펀드 사태 징계 처분 소송 가능성을 차단하는 발언을 시작으로 정치 외압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 외에도 김지환 회장이 조기퇴진한 BNK금융과 IBK기업은행장 자리에도 낙하산 인사설이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손 회장 후임에도 정치권 특정인사 이름이 거론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손 회장을 몰아내고 전직 금융관료를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파다하다"며 역대 정부마다 불거졌던 관치금융 비판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복합위기 극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이사회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바젤 은행감독위원회 지배구조 권고사항에도 감독당국과 이사회간 정기 교류를 권고하고 있다"며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중단된 간담회를 재개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