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통화 14년만 감소 전환정기예금은 한달새 56.2조 폭증현금 틀어쥐는 심리 더 강해져취약층·한계기업 부실 우려
-
가파른 통화긴축으로 시중 자금이 말라붙고 있다. 현금을 움켜지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단기자금 지표가 14년만에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9월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협의통화(M1)는 1319조5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2조4000억원(1.7%) 감소했다. 석달 연속 감소세로 6월 이후 56조1000억원 줄었다. 특히 전년동월대비 M1은 0.4% 줄어 2008년 4월 이후 처음 감소 전환했다.협의통화 감소는 결제성 예금이 줄어든 영향으로 시중 정기예적금에 30조5000억원이 쏠린 탓이다.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수시입출식저축성 예금이 11조7000억원 줄었고, 요구불예금은 11조원 감소했다. 투자 심리 위축으로 MMF도 10조3000억원 줄었다.단기자금이 빠르게 줄고 있지만 광의통화(M2)는 1000억원 느는데 그치며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이 11조5000억원 늘었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8조6000억원 증가했다. 기타 금융기관은 13조7000억원 감소했다.M1 감소는 시중 투자자산의 현금화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또 M2 증가세가 멈췄다는 것은 역머니무브 현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2차례 빅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 2.5%p 인상하면서 시중자금이 빠르게 은행으로 쏠렸다.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931조6000억원으로 한달새 56조2000억원 늘어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바짝 메마른 자금 유동성은 추가 금리인상 기조에는 걸림돌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1%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최고치를 3.5% 수준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현재수준(3.0%)을 유지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은 32.9%로 나타났다. 반면 3.5% 보다 더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경총 관계자는 "M2가 더이상 늘지 않고 M1이 감소로 돌아섰다는 것은 금리인상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취약계층과 한계기업 부실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전에 금융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