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보험사 만기도래 30조퇴직연금 은행권 머니무브 가속화 가속화금리 장점 사라진 저축은행들도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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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자금이탈을 막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의 수신 금리가 치솟으면서 고객들이 안전성을 찾아 시중은행으로 자금을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이는 결국 2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의 퇴직연금 자산 30%가 다음달 만기를 앞두고 있다. 보험사의 퇴직연금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 71조7873억원, 손해보험 34조9504억원 등 100조원이 넘는다.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최근 금리 추이를 보면 고객 입장에서는 중도해지를 해서라도 수익성이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이득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금리는 2%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은 최근 5% 후반대 이자를 내세워 퇴직연금을 유치하고 있다. 5년 만기 상품도 6%대 이율을 보장한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금리를 제시하다보니 한달 안에 조 단위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면서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중소 보험사는 물론 대형사까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축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치솟으면서 안전성이 강점인 시중은행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빠른 자산 성장의 일등 공신이었던 퇴직연금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달 확정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에 저축은행 예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돈을 굴리도록 한 제도다.

    지난 6월 말 기준 주요 저축은행의 수신금액에서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20%, 많게는 40%에 이른다. 이제까지는 저축은행 예금에 들어간 퇴직연금은 만기가 돼도 가입자가 따로 정하지 않으면 같은 상품에 자동으로 재예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론 다른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당장 연말에 예상되는 대규모 자금이탈로 인한 유동성 이슈가 문제"라면서 "이는 결국 예수금 금리경쟁을 가속해 저축은행 산업 전체의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