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8억원 규모 자사주 맞교환… “수소‧풍력 등 사업 협력”8월 한화임팩트 지분 투자, 9월 해외 자회사간 상호지분 투자신사업 육성 의지 확고… 성과 시 3세 승계도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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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화그룹이 고려아연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사업 방향성은 물론 3세 승계작업 등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보유한 자사주 543만6380주(7.3%)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23만8358주(1.2%) 맞교환을 통해 사업제휴를 맺는다. 

    이번 자사주 교환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통해 상호 처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처분 대상 주식가격은 전날 종가 기준 ㈜한화 보통주 1주당 2만8850원, 고려아연 보통주 1주당 65만8000원으로 산정됐다. 총 1568억원 규모다. 

    한화와 고려아연은 수소·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및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신사업 역량 증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양사는 ▲수소 밸류체인 ▲탄소포집 ▲풍력발전 ▲자원개발 등 4대 분야에서의 사업제휴를 위한 기본 합의서도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고려아연이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국내외 기업 및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한화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들어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의 동맹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소와 풍력 등 친환경 그린 에너지 사업간 협력이 골자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한화임팩트의 미국 에너지 분야 투자 자회사 한화H2에너지 USA가 고려아연에 470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5%를 확보한 바 있다.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2차전지‧자원순환 사업 등 신사업 분야로 진출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양사는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동투자·기술제휴·공동연구 등 전략적 협력을 해나가가고 있다. 

    뒤이어 9월 말에는 한화임팩트의 미국 자회사 HPS Global과 고려아연의 호주 신재생 에너지 자회사 아크에너지에 3240만달러 규모의 상호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8월 MOU의 후속조치로, 양사 간 협력이 본격 이행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특히 이번 양사의 협력은 기존의 협력보다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양사는 맞교환한 상대 회사의 지분을 3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조항을 걸었다. 

    통상 기업 간 사업적 협력이 필요한 경우 사업제휴 MOU으로 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분교환 거래의 경우 상대 회사의 주주가 되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공동 목표가 생김에 따라 더욱 강화된 파트너십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으며, 직접 진출 시 맞닥뜨릴 수 있는 규제나 독점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양측의 파트너십 강화를 두고 신사업 방향성은 물론 3세 승계작업 등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한화그룹은 기존 제조업과 화약에서 벗어나 태양광과 수소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 한화임팩트, ㈜한화 등을 중심으로 해당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 투자와 육성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 또한 지난해 말 비철금속 제련회사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폐기물 리사이클링·2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한다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발표하고 중장기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는 물론 LG화학 등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와의 협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또한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은 각각 김동관 부회장, 최윤범 부회장으로의 3세 승계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들어 방위사업 부문 통합, 태양광 사업 강화 등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필두로 한 김동관 부회장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인사를 통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가 된지 약 2년 만에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한화 전략부문 대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에도 오르며 차기 후계자 구도를 굳혀가고 있다.  

    최윤범 부회장 또한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아들로 오너 3세다. 지난 2020년 말 사장을 맡은지 1년 반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신사업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승계 입지를 다지는 데 유리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친환경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 확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 육성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는 데다 사업간 시너지, 기업가치 제고 등 효과도 예상돼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거래에서 양사 3년간 상대방 지분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한 것만 봐도 중장기적으로 협력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