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와 괴리 좁혀지지 않아"최종금리 3.75% 아래" 가이던스에도투자심리 '꽁꽁' 4% 이상 가능성 열어둬은행채·수신경쟁 막아놓고 유동성 공급 재촉
  • ▲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연합뉴스
    ▲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연합뉴스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과 정부의 유동성 대책에도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시장금리 준거가 되는 CD(양도성정기예금증서)금리가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돈맥경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전일 3개월물 CD금리는 4.03%로 지난 21일 이후 4%대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3.25%와의 격차(스프레드)는 0.78%에 달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지난 24일 이전에는 1%p 이상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통상 CD금리는 기준금리와 0.2% 안팎의 격차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괴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CD금리는 대출금리 산정의 주요 기준이 되는 지표로 외환시장이나 채권시장과 연관성이 높다. 기준금리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CD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도 오르는 구조다. 통화스와프를 기반으로 하는 파생상품들도 CD금리를 차용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중요한 준거금리로 통용된다.

    CD금리가 기준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금리인상을 선반영하는 만큼 기준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50조+@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도 바닥까지 온기가 닿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위축된 투자심리는 한국은행의 긴축 속도조절 시그널에도 요지부동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간 의견이 나뉘었지만,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3.75%로 열여둔 의견이 2명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중립금리 상단에 제한적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통화당국 수장이 3.75% 아래로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지만, 채권시장은 그 이상을 바라보는 셈이다.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을 재촉하면서 자금조달은 막는 당국의 상반된 정책도 자금시장 경색의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 자금줄도 말라가는데 은행채 발행이나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방침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말 은행권 기업 대출은 13조7000억원 늘어나며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경신했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의 이달 은행채 순발행 실적은 '0'다. 또다른 자금조달 수단인 정기예금 금리도 당국 경고에 연 5% 아래에 묶여 조달실적이 신통치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 인상을 이유로 예대금리차 공시까지 도입하더니 이번에는 인상을 자제하라고 한다"며 "자금이 돌지 않는데 기업대출 수요는 밀려오고 있어 내년 1분기 이후에는 여력이 바닥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