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 환자들과 만남서 일방통행식 진료 아닌 소통 강조‘3분 진료’ 한계 넘는 것이 숙제식도암 관련 급여기준 개선 필수
  • 의사와 환자 사이 라뽀(rapport)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신뢰를 의미하기에 진료 성과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짧은 진료 시간의 벽을 뛰어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 한계를 뛰어넘어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는 것. 그 자체로도 위로가 되는 행위다. 라뽀의 본질적 의미에 더 가까워지는 기회가 된다. 

    최근 본보와 만난 홍민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소위 ‘3분 진료’를 넘어 환자와의 관계 형성에 주력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타 암종은 물론 환자 수가 적은 식도암의 경우는 환자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도 마주보며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선 바쁜 일정 중에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환자의 만족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 고민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왜곡된 정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는 그는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곧 견고한 신뢰감을 만드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암 등 중증 질환자들은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대체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특정 의약품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생기기도 하고 근거가 불충분한 민간요법을 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급변하는 신약시장과 임상 결과 등 명확한 정보와 고가약의 급여기준 등 세부내용을 환자에게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일방통행식 진료가 아니라 의사와 환자 사이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소위 명의의 개념이 확장되는 과정으로도 비친다. 

    이러한 홍 교수의 의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식도암환우회의 노력으로 최근 서울역 회의실에서 식도암 환자 및 보호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홍 교수는 식도암 말기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치료의 성과 등을 공유하며 치료체계의 변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타 암종과 비교해 건강보험 진입 과정에서의 장벽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3년 전부터 치료체계가 많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식도암과 관련 면역항암제 급여기준 등이 제한적이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타 암종과 비교해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 홍민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이기륭 기자
    ▲ 홍민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이기륭 기자
    ◆ 딱딱한 진료실 벗어나니 환자 만족도↑ 

    홍 교수와의 시간을 보낸 식도암 환자 A씨는 “진료실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며 “편하게 시간을 갖고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료 현장에서는 치료과정에 대한 설명만을 집중적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위 영양제 문제와 같은 가벼운 질문을 던지기 어려웠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터넷에 떠도는 ‘암에 좋은 음식’의 효과가 미흡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B씨는 “2년여 홍 교수께 진료를 받았고 잘 따라왔지만, 지금 왜 이 치료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많은 부분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환자 개인의 전반적 치료 절차와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때문이다. 추후 어떤 계획을 갖고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대다수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료실 내 빠듯한 시간을 벗어나 편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감회가 새롭다. 그간 몰랐던 생각을 알게되는 기회로 작용했다”며 “이후에도 라뽀 형성을 위한 절차로 환자와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