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반출·반입 막혔는데 컨테이너만 계속 쌓여 파업 장기화에 부산항 스킵 가능성도 ↑ “부산항 기능 상실하면 中 상해항만 쾌재”
  • ▲ 부산항 신항에서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HMM
    ▲ 부산항 신항에서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HMM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에 접어들면서 수출입 물류를 책임지는 해운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업이 이 이상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 기항을 생략(스킵)할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국내 모든 수출입이 고립되는 최악의 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반토막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5490TEU로, 평시 대비 42%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수출항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환적허브 항만인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량은 평시 대비 43.3% 수준을 나타냈으며, 광양항 등은 일간 반출량이 거의 없는 상태다. 

    HMM 등 해운기업들은 화물연대 파업 시작 7~10일 전부터 항만에 물량을 미리 옮겨 파업 대비했으나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운송해야 할 화물은 점차 줄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컨테이너는 계속 쌓이고 있다. 전날 기준 전국 주요 수출입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컨테이너가 보관된 비율)은 62.6%로 파업 전과 비슷한 수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파업 여파로 인해 물류 차량이 멈춰서면서 반출되는 물량뿐 아니라 반입되는 물량까지 줄어든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문제는 장치율의 폭증 가능성이다. 육상 운송은 멈췄어도 해상 운송을 통한 수입 물량은 계속 쌓이고 있어서다. 실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소 절반 수준이어서 파업이 계속 이어질 경우 장치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장치율이 80%를 넘어서면 하역작업에 어려움이 생기는데, 컨테이너가 부두에 적체되면 항만 기능이 상실된다.

    해운업계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을 건너뛰고 바로 중국으로 가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진 파업 전 미리 옮겨둔 화물 물량이 빠지면서 원활한 것처럼 보였지만 앞으로는 항구로 들어온 수출 화물이 없어 싣고 나갈 물량은 없는데 해외에서 들어온 컨테이너만 쌓이게 될 수 있다”며 “화물을 내보내지 못하는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운협회도 길어지는 화물연대 파업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협회는 “우리 경제는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수출품 운송에 막대한 차질을 발생시키고 우리 경제를 피멍들게 할 것”이라며 “이번 파업으로 부산항이 환적항으로서의 기능과 경쟁력을 상실함으로써 부산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의 상해항은 쾌재를 부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