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조여도 물가상승 거세전문가 63% "미국 내년 경기후퇴"한은 "하방리스크 현실화 대비해야"
  • ▲ 화물연대 파업 12일째인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화물차가 오가고 있다.ⓒ연합뉴스
    ▲ 화물연대 파업 12일째인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화물차가 오가고 있다.ⓒ연합뉴스
    지속적인 통화긴축 정책을 펴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후퇴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완만한 경기침체 국면으로는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표달성이 어렵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인플레이션 급등, 이에 대한 정책대응으로 세계경제 성장흐름은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최근 나타나는 주요국 긴축속도 조절 움직임과 중국의 방역정책 완화 조짐 등은 내년 하반기 이후 상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과거와 달리 각국의 적극적인 공조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하방리스크 요인 현실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한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물가 안정을 위해 의도적인 경기후퇴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RBNZ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한 후 지난달 4.25%에 도달했다. 1년새 4.0%p 끌어올린 것이다.

    그럼에도 RBNZ는 3분기 물가상승률이 7.2%로 3개월 전 수준에서 거의 내려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꺾지 않았다. RBNZ가 전망하는 내년 3분기 기준금리는 5.5%에 달한다.

    에이드리언 오어 RBNZ 총재는 "우리는 의도적으로 경제 내의 총지출을 줄이려 한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빨리 하락할수록 우리가 해야할 일도 줄고 저성장 기간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스와티 딩그라 통화정책위원은 "시장은 높은 금리가 영국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과소평가 하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 금리에서 추가 인상은 경기침체를 심화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BOE는 지난달 기준금리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 3.0%까지 올렸다.

    유례없는 금리인상을 주도하는 미국도 내년 경기후퇴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66명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가 내년 미국 경제가 경기후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조사기관 컨센서스 이코노믹스가 내놓은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0.2%로 1989년 이후 세 번째로 낮다.

    지난달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미 연방준비제도 의사록에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처음으로 경기후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앨릭스 브레이저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부소장은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 2%를 달성하려면 경기후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