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전년比 15.4조 줄어...2004년 이후 첫 감소금리인상에 자산가격 하락 겹쳐...'총량관리' 사실상 중단올해 기업대출 규모는 큰 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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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규모가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도 최근 몇 년 간 은행들에 요구했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사실상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5일 현재 693조 6469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709조 529억 원 대비 15조 4060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합산액은 505조 4046억 원에서 511조 7610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신용대출은 139조 5572억 원에서 121조 3504억 원으로 줄었다.

    월별 대출잔액 통계는 지난 2002년 10월부터 집계됐다. 연간 증감 통계를 취합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전체 예금취급기관에서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 18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감소한 것은 금리인상과 자산가격 하락세가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 초 4% 후반이었던 시중은행 주택담보와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최근 8% 수준까지 근접했는데 이런 까닭에 대출을 받고 있던 이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상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아파트 등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과 가상자산 등 몇 년 간 강세를 보였던 주요 자산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며 집 구매나 투자를 위한 대출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 당국도 가계대출과 관련한 목표치를 은행권에 압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까지도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내라는 주문을 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는 처사로 보인다.

    최근 몇 년 간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대출 규모를 조절하기 위해 매년 12월 초순경 은행들에게 다음 해 가계대출 증가액과 증가율 목표치를 구체적 수치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은행들이 목표치를 제출하면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 조정을 유도하는 식으로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해왔다. 지난해는 2022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에 맞추라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도 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5대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규모는 70조 5834억 원으로 지난해 말 635조 8879억 원에서 74조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