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가계대출 신용위험 33→44, 저신용자 갈 곳 잃어불법사금융 내몰리는 취약차주… "정책대응 필요"
  • ▲ 청년 주거시설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의 고시촌에 사금융 광고 전단이 뿌려져 있다.ⓒ연합뉴스
    ▲ 청년 주거시설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의 고시촌에 사금융 광고 전단이 뿌려져 있다.ⓒ연합뉴스
    고금리와 긴축기조가 강화되면서 금융권 대출문턱이 더 높아진다. 특히 경기둔화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기업대출은 더 조이고, 가계대출 이자부담에 따른 신용위험은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26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중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화, 가계에 대해서는 완화적 태도를 지속할 전망이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 -6에 이어 -3으로 여전히 강화되는 추세이며, 중소기업도 -3을 기록했다.

    반면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17로 전분기 +8보다 더욱 완화됐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일반 대출태도도 전분기 +6에서 +17로 추세가 이어졌다. 고금리를 부담스러워 한 차주들의 상환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로 금융기관 간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 7.1%에서 올해 4월 2.8%, 지난 8월에는 0.9%로 쪼그라들었다.

    신용위험은 기업과 가계 모두 증가했다. 대기업은 신용위험지수는 11에서 17로, 중소기업은 25에서 31로 커졌다. 가계대출 위험지수도 33에서 42로 높아졌다. 대출수요는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가계는 주택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소기업은 실적부진과 취약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신요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비은행금융기관 대출태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상호저축은행 대출태도지수는 -32, 상호금융조합은 -38로 조사됐다. 신용카드회사와 생명보험회사는 각각 -25, -20을 기록했다.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 지속 및 연체율 상승 요인으로 대출문턱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상호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2.5%에서 올해 2분기 2.6%로 상승했다.

    은행권이 대출을 조일수록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은 갈 곳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개인에게 대출을 거절한 곳은 11곳, 신용대출 취급을 아예 중단한 곳은 46곳으로 늘었다. 여기에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내년 3월 종료를 앞두고 상환일정에 돌입해 돈을 구할 곳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대부광고, 고금리, 불법채권추심, 불법수수료 등 불법사금융은 2017년 5937건에서 지난해 9238건으로 5년새 56% 급증했다. 한은은 "당분간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와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이어져 단기간 내 신용채권시장의 위축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수급 부담도 상존하는 만큼 시장안정을 위한 정책적 대응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