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로 인한 화재 부각, 신뢰도 하락중고시세 영향, 신차수요 감소 우려“기술 개발과 정부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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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소방본부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판매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7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총 90건 발생했다. 2017년 1건에서 지난해 44건으로 전기차 등록 대수 증가에 따라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전기차 화재 빈도는 내연기관보다 적다. 미국 보험서비스 제공업체 오토인슈어런스 EZ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10만대 당 화재 건수는 25.1대(0.025%)지만, 내연기관차는 10만대당 1529.9대(1.53%)로 전기차 화재 발생률의 60배 수준이다. 국내에서 집계하는 통계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통계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아직 내연기관만큼 표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차량 결함과 배터리 제조 불량을 두고 제조사와 배터리 공급사의 책임 소재 공방도 벌어지는 등 논란의 여지도 있다.

    전기차 화재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 온도가 800도까지 오르는 열 폭주로 인한 차량 전소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를 겪었거나 목격한 이들에 따르면 삽시간에 불길이 차량 전체로 번져 대피하거나 운전자를 구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한다. 발화요인도 전체 화재 현황에서 원인 미상으로 분류한 사례가 약 28%(90건 중 25건)에 달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소방 당국에서도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보다 인력과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현재는 전기차 화재진압을 위한 기술적 대안이 부재한 상황으로 기술 연구를 진행하며 전술과 장비 도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동식 수조를 구비하고 있지만, 전국에 14개 보급돼 개수가 부족할뿐더러 초기 화재진압을 위한 장비가 아니라 재발화 방지를 위한 냉각 방법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소비자의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한편 실제 수요 감소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일부 주차장은 전기차 주차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전기차 신뢰도 하락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출입 제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공포감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화재 문제는 전기차 중고시세 하락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에 따르면 2022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9개월간 경매를 진행한 주요 전기차 5개 모델의 거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시세가 3개월 만에 20%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격 인하로 인해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테슬라 차량 외에도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5와 EV6 등 주요 전동화 모델의 가격 하락 폭이 15%를 넘어섰다.

    전기차 관련 지원금과 인프라 문제도 수요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 상한선을 낮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충전요금 이 10%대로 인상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비용 증가는 신차수요 감소를 부채질하며 신차 라인업에 전기차를 우선 배치하는 제조사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서 공개한 충돌테스트에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며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전해액 누유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원자재 가격과 열 폭주로 인한 화재 등은 전기차 보급 확산을 저해하는 요소지만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속도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라며 “제조사의 홍보와 캠페인, 화재를 막기 위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의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