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잇단 대출중단취약차주는 이용 힘들어 불법사금융 내몰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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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고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다중채무자 등 서민들을 중심으로 돈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급기야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마저 막히면서 돈 나갈 일이 많은 설 명절에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처지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10월 저신용자(나이스신용평가 점수 644점 이하) 차주의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은 11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취급액(1592억원)보다 약 25.1% 급감했다.
5대 은행의 저신용자 신규 계좌 수도 같은 기간 28.9%나 줄어든 9189좌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저신용자가 보유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1년새 3조8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저신용자 대출이 급감한 것은 은행이 연체 부담에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져 차주 스스로가 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급전 대출'의 최후 보루인 카드론도 규모가 감소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이용금액은 39조706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연간 카드론 이용금액이 52조1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액수다.
금리상승에 상환 부담이 커지자 카드사에 대출 취급 한도를 낮춘 것이 결정타였다. 또 지난해부터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DSR) 규제에 포함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말 자금시장 경색으로 카드채 금리가 치솟자 카드론 등 대출 중단에 나선 곳도 있다. 결국 카드론까지 막히면서 당장 돈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카드사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같은 단기 대출 상품에 몰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업 카드사 7곳의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47조7797억원이다. 연말에 자금 수요가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0년(54조840억원)과 2021년(55조1380억원)에 비해 늘어난 액수다.
다만 현금서비스 같은 단기 대출은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지금 같은 자금경색이 계속되면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몰리면서 가계부채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는 것은 저신용자들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창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법정최고금리도 올려 저신용자에게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