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용 급등에 전달보다 0.5% '껑충'… 시장전망치 웃돌아근원 CPI도 5.6% 상승… 인플레 둔화세 느려져 '고착화' 가능성1월 실업률 3.4%, 고용시장 '후끈'… 23일 금통위, 한은 고민 커져
  • ▲ 미 연준.ⓒ연합뉴스
    ▲ 미 연준.ⓒ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이 약화하고 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커지면 연준이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14일(이하 현지시각)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올랐다고 발표했다. 상승 폭은 7개월 연속으로 둔화했다.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소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2%)보다는 높았다. 또한 상승 폭 둔화속도도 더뎠다. 지난해 12월(6.5%)보다 0.1%포인트(p)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전달 대비로는 오히려 0.5% 올랐다. 전달 대비 상승 폭도 12월(0.1%)보다 컸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1년 전과 비교해 5.6%, 전달보다는 0.4% 각각 올랐다. 역시 시장 전망치(전년 대비 5.4%, 전달 대비 0.3%)를 웃돌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주택 임차료 등 주거비용이었다. 주거비용은 전달보다 0.7% 올라 전달 대비 CPI 상승분의 절반쯤을 차지했다. 진정세를 보이던 에너지 물가도 인플레이션 완화에 제동을 걸었다. 1월 에너지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8.7%, 전달보다 2.0% 각각 상승했다.

    현지 언론은 이날 물가지표 발표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고착할 수 있다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일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 주최 대담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하락)이 상품가격에서 나타났지만, 주택·서비스 시장의 물가가 내려오려면 일정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상반기 중 정책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금리인하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1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의 3배에 가까운 51만7000개나 늘고, 실업률이 196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3.4%를 기록한 데다 CPI마저 다시 들썩이면서 사실상 조기 피벗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연준 내 매파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현재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25%p 수준이다. 시장에선 조만간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였던 1.5%p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고 전망한다. 금리 격차를 좁히려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문제는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한국시각) 발간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한층 어두워진 진단을 내놨다.
    한은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