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학과·채용연계형 과정, 1차합격자 전원 의대 등 이탈실적 악화 불구 당근책 내놨지만… 시스템만으론 채우기 역부족뽑아도 문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인텔→구글·엔디비아'로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의 인력난 문제가 심화하면서 연봉 및 성과급 인상 등 기업들의 당근책 마련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7개 대학과 협력해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반도체 분야의 10개 계약학과·연합전공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6년 개설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비롯한 5개가 반도체 분야다.

    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빠른 기술 변화를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기업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로 계약학과와 채용연계형 석사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만으로는 우수 인재를 원하는 만큼 채우기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정시 모집 1차 합격자 전원은 등록을 포기했고,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16명)의 3배에 가까운 44명이 등록을 포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계약학과임에도, 의대 등으로 우수 인재들이 이탈한 탓이다.

    이와 관련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마이크론이 (인재를) 똑똑하게 만들어 놓으면 인텔이 데려가고, 마이크론은 빈자리에 삼성과 SK하이닉스 사람을 뽑아간다. 인텔도 인재를 키워 놓으면 구글에 가고 엔비디아에 간다”며 인력난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31년 학·석·박사 기준으로 총 5만4000명 수준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재 양성에 대해선ㄴ 저출산 문제만큼이나 복잡다단한 함수를 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 악화에도 통 큰 성과급을 지급하고, 대졸 초임 연봉을 경쟁적으로 인상해 온 것도 인재 유치를 위한 자구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고, SK하이닉스도 작년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연봉의 41%를 지급했다. 지난해 말 DS 부문의 대졸 초임 연봉을 기존 5150만원에서 5300만원으로 2.9% 인상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시니어 트랙’ 제도 도입과 SK하이닉스의 ‘마스터’ 직책 신설 등 반도체 전문가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