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작년 하반기 흑자전환… 이커머스 중 유일지마켓·11번가·롯데온, 매출 성장에도 여전히 적자 쿠팡의 타겟은 오프라인 시장… 성장전략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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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만 웃었다”

    쿠팡의 지난해 실적에 대한 유통업계의 대략적인 평가다. 쿠팡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흑자를 기록하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쿠팡만이 유일하게 반기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쿠팡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경쟁사가 느끼는 위기감은 남다르다. 이미 쿠팡은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한 상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쿠팡의 4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1133억원(환율 1291.95)으로 전 분기의 1037억원보다도 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448억원에 그쳤다. 1조7097억원에 달하던 적자가 한 해만에 전년 대비 92% 감소한 것이다. 심지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6조59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신장했다. 이는 환율 효과를 제외한 달러 기준으로도 12% 성장률이다.

    이런 쿠팡의 수익성 개선은 적자에 시름하는 이커머스 업계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현재 쿠팡과 경쟁하는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모두 적자 일색이다.

    G마켓, 옥션을 운영하는 지마켓은 지난해 매출 1조3185억원, 영업손실 655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를 기록했고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 1조7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늘었지만, 영업손실 1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규모가 커졌다.

    11번가 역시 적자인 것은 마찬가지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은 7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515억원으로 전년 보다 두 배 가량 적자규모가 확대됐다. 롯데온 역시 지난해 1130억원의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0.7% 신장한 반면 같은 기간 15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유지됐다.

    주요 이커머스 업계가 성장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위메프, 티몬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지금까지 온라인 유통 시장을 두고 경쟁했던 쿠팡이 오프라인 시장을 넘보면서 다른 이커머스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에 있어 쿠팡의 성장성을 따라가기 힘든 상황에서 수익성까지 멀어지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의 다음 화두로 오프라인 유통을 거론한 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이제 이커머스 시장의 점유율 대신 오프라인 시장 내 쿠팡의 점유율을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번 실적발표 과정에서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대부분의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시장은 여전히 가격도 높고 상품도 제한적”이라며 “고객에게 더 다양한 상품군, 더 낮은 가격, 특별한 서비스를 만들면 향후 수년간 유통시장에서 상당히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를 기준으로 쿠팡이 차지하는 유통업계 비중은 4.4%에 불과한 만큼 향후 오프라인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전략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오프라인 유통까지 위협하게 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