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점 깨기 위한 특화은행 멈칫경쟁 촉진 보다 건전성 문제 도마에중소기업·소상공인 전문은행 현실성 부족은행 구조개선TF, 정책방향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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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소규모 전문은행 도입에 제동이 걸린 전망이다.은행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한 금융 메기를 출범시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지만, 높아져버린 변동성에 건전성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금융위원회는 15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3차 회의를 연다. 그동안 논의됐던 스몰라이센스를 통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과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를 구체화시키는 과정이다. 지난달 22일 첫 회의를 시작한 TF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지시 이후 매주 실무 회의를 거듭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당국은 특화된 강점을 지닌 신규 플레이어 진입으로 은행 서비스 경쟁 촉진 및 비용절감 등을 통한 수수료 인하 등 소비자 권익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IT기술과의 접목으로 비용 감소 및 업무 효율화에 따른 가격 인하도 따라온다.실제로 금융위는 소규모 특화은행 대표 사례로 SVB를 꼽기도 했다. 지난 2일 1차 실무작업반 논의에서 SVB를 미국내 자산 16위, 실리콘밸리내 1위 은행으로 소개하며 기술력은 있으나 경영역량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컨설팅과 행사유치,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불과 1주일만에 SVB가 유동성이 막혀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지면서 당국 논의에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화은행이나 소규모 은행이 경기 변동과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금융위 당시 논의에서도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금융위 스스로도 "특화은행에 대한 충분한 규제완화 없이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고 밝힌 만큼 규제완화와 건전성 확충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화은행이 기존 저축은행이나 신협, 여신전문금융기관 등과 대동소이해 새로운 범주의 은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당국은 SVB 파산이 정책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고심이 깊은 표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금융사 모델을 만들어내는 건 극도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전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리스크를 미리 점검하고서야 시작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과거 우리는 다양한 금융위기를 겪으며 상황별 대응장치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필요시에는 과감한 규제개혁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