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6일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 제출… 정부, 내주 발표2월 전기·가스·수도 28.4% 급증… 尹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 자제"전문가 "냉방수요 몰리는 여름철 인상 곤란… 2분기가 인상 적기"
  • 전기 계량기.ⓒ뉴데일리DB
    ▲ 전기 계량기.ⓒ뉴데일리DB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32조6034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마냥 인상을 고집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전은 지난 16일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위한 연료비 조정단가 내역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전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해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오는 21일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에너지요금 취약계층과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불안정 등을 우려한 정부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다음 주 중으로 발표를 미룰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고민하는 지점은 눈덩이처럼 쌓이는 한전의 적자와 물가 안정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느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전년동월대비 5.4%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내내 5~6%를 기록했다. 지난달 들어서야 4.8%로, 5%대 아래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 폭 둔화만 놓고 보면 정부가 한숨을 돌릴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지난 1월 28.3%, 2월 28.4% 급등하면서 후폭풍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에너지 공공요금 급등은 전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도로와 철도, 우편 등 중앙 공공요금 관리를 강화하고, 식품 등의 할당관세를 추가하거나 연장하는 안을 검토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달 15일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4월에 올리려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푼이라도 요금 인상이 아쉬운 한전으로선 애매한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한전은 지난 2021년 5조8465억 원의 적자를 냈으며 지난해에는 32조6034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한전이 재무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올해 ㎾h(킬로와트시)당 51.6원의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올린 상태다. 이는 한전이 제시한 51.6원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올 하반기에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으려면 이번 2분기에도 지난 1분기 인상 폭만큼은 올려야 한다. 정부로선 냉방 수요가 많은 여름철(3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부담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그동안) 발전 비용은 높아졌지만, 물가 등 다른 사정 때문에 전기요금 가격을 적절히 올리지 못했다. 현 정부는 전 정부에 비해 용기를 가지고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며 "물가 때문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한전 적자 문제는 결국 가격 인상이 아니면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다만, 요금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 복지 정책을 강화해야 하고 인상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난방수요가 몰리는 겨울이나 냉방 수요가 몰리는 여름에는 당연히 전기와 가스가격 부담 폭이 커진다. 2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국민에게 올 여름에 전기요금이 많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정확히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