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어 2거래일 만에 장 중 6만원 밑으로외국인 투자자 '팔자'에도 8월부터 개인 12조원 순매수8일 3분기 실적 발표에 시장 집중…"실적 악화 주가 선반영"
  • '10만전자' 돌파를 기대했던 삼성전자가 연일 장 중 '5만전자'를 찍고 있다.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비관적인 평가와 전망이 겹친 탓이다. 그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저점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1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99% 하락한 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8만7000원대였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더니 이날 개장 직후 한때 1.82% 내린 5만95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2일 장 중 5만9900원까지 밀린 지 2거래일 만이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종가 기준 주가가 22.80% 급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내 삼성전자 보통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18.61%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18.05%) 이후 최저치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를 견인한 건 외국인 투자자다.

    지난 8월부터 지난 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무려 11조138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의 삼성전자 순매수(10조7662억원) 규모 이상을 불과 2개월여 만에 던진 것이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지난달 3일부터 이달 4일까지 19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의 트리거는 지난달 중순 이른바 모건스탠리로부터 제기된 '반도체 겨울론'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부터 디램(DRAM) 업황이 꺾이면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으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대폭 하향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의 맥을 잇는 맥쿼리의 먹구름 전망까지 겹쳤다. 최근 맥쿼리는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목표주가를 12만5000원보다 50% 하향한 6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맥쿼리는 D램 등 메모리 공급과잉에 따라 평균판매단가(ASP)가 내림세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위축돼 삼성전자의 실적이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성능 문제로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IBK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은 목표주가를 9만5000원으로, 키움증권, 상상인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은 9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SK증권은 8만6000원, BNK투자증권은 8만1000원까지 하향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거시 경제 부진에 따른 세트의 더딘 회복과 이로 인한 메모리 사이클 단기 둔화를 반영해 2025년 영업이익을 50조원으로 24% 하향한다"면서 목표주가를 8만6000원으로 내렸다.

    먹구름 전망이 확산하는 가운데 그간 '10만전자' 돌파를 기대하고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8월부터 이달 4일까지 삼성전자를 11조963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27.8% 급락했는데, 주가가 빠질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시장의 눈은 오는 8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에 쏠린다. 기대치는 높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조2313억원으로 지난달 전망치(13조5441억원)보다 2조원 이상 낮다.

    다만 이미 실적 악화가 주가 수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현재 주가가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만큼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역사적 주가순자산비율(P/B) 하단 부근"이라며 "악재는 대부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중장기 관점의 매수 접근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