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PA, 총판매 자동차 배출가스 엄격 제한나서 전기차 전환 가속화… 현지 투자 활발 K배터리 기업 유리세액공제 등 IRA 지원 감소 우려 속 美 규제 '당근 아닌 채찍' 우려도
  • ▲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SK온 제공
    ▲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SK온 제공
    미국 정부가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맞춰, 2032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미국 내 전기차 보급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현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규제가 국내 업체에 당근만이 '채찍'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환경보호청(EPA)이 12일 이 같은 내용의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 배출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규제안은 2027~2032년 총판매 차량의 배출 가스 한도를 엄격히 제한, 사실상 2032년까지 전체 차량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는 것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5.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증가다. 이전 트럼프 행정부와 대조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아온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규제안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판매가 급증할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국내 배터리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북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250GWh(기가와트시) 이상, SK온은 151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삼성SDI 역시 총 23GWh 규모의 생산기지에 이어 30~50GWh 규모의 공장을 추가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완성차 업체인 GM, 포드, 혼다 등과의 합작법인을 통해서도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 내 다수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업체가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기준 국내 기업들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18%), SK온(10%), 삼성SDI(8%) 순이다. 1위는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테슬라의 파트너인 파나소닉(48%)이다. 

    테슬라가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어 1위 추격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최근 테슬라의 강력한 요청에 LG에너지솔루션이 재검토에 들어갔던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재개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번 규제안으로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지원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조금 등 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달리 이번 정책은 ‘규제’가 골자”라며 “규제책의 방향성이 나온 이상, IRA의 지원액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근만 주지 않아도 된다는 추세를 미국은 이미 파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332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44.6% 급증한 수치다. 전기차 배터리 물량 증가도 있지만, IRA 세액공제(AMPC) 관련 금액 1003억원이 반영된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IRA에 따르면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셀은 ㎾h(킬로와트시)당 35 달러, 모듈은 ㎾h당 10 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