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신상엽 위원 "일반 성병같이 토착화 가능성… 대비책 절실"남성 성소수자 중심 확산… 역학조사 과정서 '사회적 낙인' 부담당국 차원서 '비밀 유지' 강조… 하수 감시 체계에 엠폭스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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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폭스(옛 명칭 원숭이두창) 지역사회 전파가 현실로 드러난 가운데 감염자들의 '치료 기피' 현상이 확산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남성 성소수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역학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낙인이 두려운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차원에서 철저한 비밀 유지가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해 감염자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조기진단과 포위접종을 실시해야만 토착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해 6월 첫 엠폭스 환자가 확인된 이후 최근까지 6명의 엠폭스 환자가 보고됐다.

    5번째 환자까지는 해외여행 시 감염되거나 환자를 검사하던 의료진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7일 확인된 6번째 환자의 경우 최근 3개월 이내 해외 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6번째 환자의 확진으로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방역당국 차원에서 연결고리를 찾아 추가 확산을 억제하는 과정은 타 감염병 대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전 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해외의 사례에서도 그렇듯 국내에서도 '치료 기피' 현상이 나타난다는 증거"라며 "남성 성소수자로 좁혀지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진단에 응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엠폭스 확진자 중에는 에이즈 환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면역저하 상태일 경우에는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특정 성소수자 집단이 아니라 임신부, 소아, 고령층 환자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 위원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엠폭스는 종식되지 않고 사람 간 전파되는 일반적인 성병과 같이 전 세계에 토착화돼 계속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역학조사 과정에서의 비공개 방침을 강조해 진단 및 치료 기피를 없앨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 '진네오스' 포위접종… 하수기반 감시체계에 추가 

    엠폭스의 최대 잠복기인 3주 이내 성접촉력 등 위험 요인이 있으면서 엠폭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에 연락해 조기 대처하는 것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현재 엠폭스를 진단할 수 없다. 때문에 성기 및 항문 부위 수포성 발진과 서혜부(사타구니) 림프절 비대가 동반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 확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대처할 여력은 충분하다. 국내에 확보된 3세대 두창백신 ‘진네오스’는 최근 발표된 엠폭스 고위험군 대상 연구들을 종합하면 단 1회 접종만으로도 78~79% 정도의 예방효과가 확인된다.

    신 위원은 "엠폭스에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는 고가이며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보면 국내에서 고위험군 사전접종 전략은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확진자 접촉자 중심의 포위접종 전략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상황 진단을 위해 하수 기반 감시 체계를 작동한다고 발표했는데, 엠폭스도 포함시켜 관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신 위원은 "국가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는 WHO에서도 강조하듯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이며 여기에 엠폭스를 추가로 넣어 관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