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C, 현재 기초 터파기 중. 완공시점 불투명당초 30여개 계열사 입주시켜 통합관리 계획미래투자 우선 선택에 "의미있는 판단" 평가
  • ▲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6년 공개한 GBC 조감도 모습. ⓒ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6년 공개한 GBC 조감도 모습. ⓒ현대차그룹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GBC보다 미래 모빌리티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둔 정의선 회장의 경영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GBC는 설계변경이 완료되지 않으면서 기초 터파기 공사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완공 시점도 불투명한 상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9월 10조5500억원을 써내 한전부지를 낙찰받았다. 당시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비용은 각 사가 55:20:25의 비율로 분담했다.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된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 가능을 위해 GBC를 숙원 사업으로 삼았다. 

    현대차그룹이 2016년 2월 공개한 개발계획안을 보면 GBC는 7만9342㎡ 부지에 연면적 92만8887㎡, 지하 7층, 지상 105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었다. 

    현대차그룹은 GBC가 2021~2022년에 준공되면 현대차, 기아는 물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30여개 계열사, 1만3000여명을 입주시켜 통합 관리를 한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한전 건물에 입주했던 일부 계열사들은 2016년 5~6월 다른 곳으로 공간을 마련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서울 강남구 삼정개발빌딩으로 옮겼다가 2021년 2월 성동구 D타워에 입주했다. 현대위아 서울사무소는 의왕연구소로, 현대파워텍(현 현대트랜시스) 서울사무소는 화성연구소로 이동했다. 

  • ▲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입찰에서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았다. ⓒ연합뉴스
    ▲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입찰에서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았다. ⓒ연합뉴스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지연되던 GBC는  서울시가 지난 2020년 5월 6일 착공 신고 필증을 교부하면서 물꼬를 트는 듯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2021년 7월경 GBC와 관련해 1개동 105층에서 50층 또는 70층으로 낮추면서 건물 개수를 늘리는 방향을 검토했으며,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완공시점은 기존 2022년에서 2026년, 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GBC에 대해 공지받은 내용이 없으며, 언제 입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GBC 프로젝트가 미뤄지고 있는 원인으로는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드라이브’ 전략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이 GBC의 설계 변경을 검토한 시점은 정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경영 전반을 주도하던 시기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우선 GBC를 기존 안인 1개동 105층 규모에서 3개동 50층 규모로 변경할 경우 공사비용을 2조~3조원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 회장은 GBC 설계변경을 통해 절약한 비용을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실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정 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후 미래 모빌리티 분야 투자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이달 11일 경기도 화성시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 ▲ 정의선 회장이 지난 11일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 정의선 회장이 지난 11일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또한 2030년까지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64만대도 늘려 전기차 글로벌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정부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기업들이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R&D(연구개발), 세제 지원 등 정책 지원을 아까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한 후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건립 등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체계 구축에 55억 달러(약 7조20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5년까지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기업들과 로보틱스,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시압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밝힌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환 ▲신사업 분야 미래 성장 동력 창출 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의 실리적인 선택에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원래 계획대로 GBC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면 낭비적인 요소도 많았을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 메이커 간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 회장이 미래 투자를 우선한 선택은 의미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