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서울 가로주택추진구역 총 166곳…3년새 100여곳 급증층수제한 삭제·조합원 지위양도 등 정부 인센티브 확대영향HUG·금융권, 가로주택조합·시행자에 사업비 대출이자 지원 대형사 선별수주 전략…DL건설·코오롱글로벌·대보건설 두각
-
가로주택정비사업 '판'이 커지고 있다. 중견건설사들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진출이 분주한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금융권이 사업시행자에 대한 재정지원에 나서면서 모처럼 시장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서울내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구역은 총 166곳에 이른다. 2020년 6월 63곳에서 3년새 100여곳이나 늘었다.가로주택정비사업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 밀집한 소규모 주거지역을 재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도로로 둘러싸인 면적 1만㎡이하 가로구역중 노후·불량건축물수가 전체건축물 3분의2이상이고 해당구역에 있는 주택수가 20가구이상이면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는 정부의 인센티브 확대 영향이 크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소규모주택정비법 시행령'을 통해 15층이하로 규정했던 층수제한을 삭제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택을 5년이상 소유하고 3년이상 거주해야 주어지는 조합원 지위도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이런 가운데 최근 HUG와 금융권이 사업시행자 대출이자 지원에 나서면서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HUG로부터 대출보증을 받은 조합 등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자는 이달 17일부터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민간대출을 받을 수 있다.그동안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낮은 사업성 탓에 민간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 주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규제완화 효과로 사업을 착수하는 구역이 늘면서 기금만으로는 사업비를 충분히 조달하기가 어려웠다. 실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던 한 조합은 기금대출이 지연돼 해산수순을 밟고 있다.규제완화와 금융지원에 힘입어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에 숨통이 트이자 중견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전략에 따라 시장이 무주공산화된 것도 중견건설사로선 호재로 작용했다.원래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건축·재개발보다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아 중견건설사들 텃밭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대형건설사들이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지난해 경우 10대건설사중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고 대우건설도 서울 도봉구 창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SK에코플랜트는 부산 초량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획득했다.하지만 올해는 대형건설사들이 대어급 사업지 위주로 선별수주에 나서면서 중견건설사들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DL건설은 1분기에만 △서울 중랑구 면목역6구역 △서울 성북구 석관1-1구역 △부천시 원종동 151-2번지 △부천시 원종동 199-2번지 4건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쓸어담으며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특히 기수주한 사업지 주변 구역 사업권을 따내며 브랜드타운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증대를 노리고 있다. DL건설은 면목역6구역외 이미 면목역2·4구역 시공권까지 획득한 상태로 추후 면목역1·7구역을 추가수주해 'e편한세상' 브랜드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성북구 석관동에서는 올해 수주한 석관1-1구역외 석관1-3구역과 1-7구역 시공권도 확보했다. 특히 면목동과 석관동 경우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지에 포함돼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시 용적률 완화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받을 수 있다.DL건설 관계자는 "모아타운 사업구역 등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내실 있는 수주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코오롱글로벌은 최근 개최한 서울 강북구 번동7구역과 8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하며 일대를 '하늘채' 브랜드타운으로 조성중이다. 2020년 2월 번동 1구역을 시작으로 8개 사업장을 차례로 수주하며 가로주택정비사업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대보건설도 부천시 고강동에서만 △삼우3차아파트 △삼우4차아파트 △새보미아파트 3건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처럼 신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중견사들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며 "여러 조합이 하나로 뭉쳐 사업을 진행하는 등 시장의 '판'이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중견사들 사이에서도 수주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또다른 관계자는 "수익성 높고 사업기간도 단축되는 모아타운내 가로주택정비사업지들이 중견사들 격전지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건설경기 불황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시장내성이 약한 중견사들 사업참여가 저조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