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등 제도악용…세제혜택 몰아줘 갭투자 급증책임론에 임대업자들 "억울"…공포확산에 전세량 '뚝'계약취소 속출…보증보험요건 강화 5월 '줄도산' 우려
  •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뉴데일리DB
    "문재인정부 땐 투기꾼으로 몰리고 이젠 잠재적 전세사기범 취급까지 받네요."

    전세사기 사태 후폭풍이 임대시장에 불어닥쳤다. 깡통전세 공포로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역전세난과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 등 악재까지 더해지자 상당수 임대인들이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폐지수순에 놓였다가 새정부에서 부활한 등록임대주택제도는 전세사기 사태 책임론이 제기되며 또한번 존폐기로에 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전세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해 3월 전국 전세거래량은 12만516건으로 전월대비 0.3%, 전년동월 대비 4.5% 줄었다. 빌라 경우 1~3월 누계기준 전세거래 비중이 34.3%에 그쳤다. 이는 2년전 52.7%보다 18.4%p나 급감한 수치다.

    고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급증한 상황에 잇단 전세사기 사건으로 빌라전세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심해지자 임대업자들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빌라왕' 김모씨 등 등록임대주택제도를 악용한 대형 전세사기 범죄가 드러난후 수요자 불신과 이에 따른 계약취소, 빌라공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등록임대를 신고한 임대사업자는 지방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받는 대신 보증금을 직전계약보다 5%초과해 올릴 수 없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기준 등록임대사업자는 약 31만5000명, 임대주택수는 약 96만7000가구로 추산된다.

    빌라 다수를 보유한채 급사해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사태를 초래한 김씨는 500가구이상을 등록임대주택으로 신고해 사망직전까지 각종 세제혜택을 누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범죄를 일으킨 '건축왕' 남모씨 일당도 등록임대주택 10채중 4채가 임대료 인상폭을 어긴 불법 전세계약이었다.

    이들 사건 공통점은 '등록임대사업자는 반환 보증보험 가입의무가 있다'며 세입자를 안심시킨뒤 실제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증금을 빼돌렸다는 점이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보증사고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등록임대사업자 보증사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올 1~2월 발생한 개인임대사업자 전세보증사고는 총 22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사고는 1건에 불과했는데 1년새 221배 늘어난 것이다. 사고금액도 올해 555억원으로 지난해 1년치 사고금액인 321억원을 훨씬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등록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제혜택을 몰아줘 갭투자가 성행했고 이런 가운데 시장침체와 전셋값 하락이 겹치면서 초대형 전세사기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등록임대사업자들은 정부의 관리소홀과 일부 악질 임대인들의 탈선으로 선량한 임대업자들만 고사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임대업을 하는 최모씨는 "관악구는 젊은 인구가 많은 지역특성상 다른구보다 신축 빌라수와 전세거래량이 많은 편인데 지난해말 전세사기 사태가 확산된후 전세수요가 뚝 끊겼다"며 "5월부터 보증보험 가입요건이 강화돼 세입자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계약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강서구에서 임대업을 하는 권모씨는 3주전 한 신혼부부로부터 가계약금을 포기할테니 전세계약을 취소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권씨는 "갑작스러운 계약취소 요구에 이유를 물으니 주변에서 '전문임대업자는 전세사기꾼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이전정부때 투기꾼에 이어 전세사기범 프레임까지 씌워지다니 씁쓸할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전세사기 책임론이 제기되자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무분별한 전세자금 대출 등이 원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오히려 등록임대주택은 보증금 미반환시 불이익이 크고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해 사고 위험이 더 낮다는 게 협회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2018~2020년 100가구이상 보유한 등록임대사업자는 전체 0.04%로 대부분 기업형"이라며 "등록임대사업 자체는 전세사기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보증보험 가입요건이 강화되는 5월부터 세입자를 찾지 못한 등록임대사업자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임대인으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 '전국임대인연합회'는 지난달 국토부를 항의 방문해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결정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토부는 7월중 등록임대사업자 보증보험가입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의 예측가능성과 건전한 등록임대 시장 조성, 임차인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